‘美 칩스법’ 이끄는 퍼듀대 반도체 총괄 “기술패권 경쟁…한·미 동맹만이 정답”

송복규 기자 2024. 7.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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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런드스트롬 美퍼듀대 특별고문 인터뷰
‘칩스법’ 중심 퍼듀대, SK하이닉스와 협력
“반도체 산업 성장 한·미 모두 기회될 것”
“대선 결과 영향 미미…삼성·SK 전통적 사고 깨야”
마크 런드스트롬(Mark Lundstrom) 퍼듀대 특별고문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에서 조선비즈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런드스트롬 고문은 "중국과 같은 경쟁자에 따라잡히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8월 2800억달러(390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 이른바 ‘칩스법(CHIPS Act)’을 발표하며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칩스법은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기업엔 투자보조금을 지원해 중국에 반도체 제조시설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게 목표다. 또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 자금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퍼듀대는 칩스법 시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연구실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인 팹(Fab)으로 이어지는 단계에 필요한 R&D와 산업계가 원하는 인력 양성을 해왔다. SK하이닉스도 퍼듀대의 기술과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38억7000만달러(5조3800억원)를 들여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장을 짓는다.

마크 런드스트롬(Mark Lundstrom) 퍼듀대 특별고문(부총장급)은 퍼듀대에서 반도체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패권 전략의 ‘키맨’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술적 한계에 이른 반도체 분야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런드스트롬 고문은 3일 열린 ‘제1회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런드스트롬 고문은 2003년과 2022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지에 “1년에 칩 속 트랜지스터가 두 배씩 늘 것이라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내기도 했다. 이날 만난 런드스트롬 고문은 “여전히 반도체 분야는 무어의 법칙에 도전받고 있다”며 “기술과 장비는 점점 복잡해지고 비싸져 대학의 연구 성과를 반도체 제조 공장으로 옮기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10% 수준인 자국 내 반도체 생산량을 2032년까지 1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컴퓨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런드스트롬 고문은 “현재 5000억달러(695조원) 수준인 전 세계 반도체 판매량은 2030년 1조2000억달러(1668조원)로 늘어날 것”이라며 “반도체 확보는 국가의 안전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런드스트롬 고문은 반도체 혁신의 해법으로 칩스법을 필두로 한 국제협력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 산업 성장은 미국을 포함해 한국과 TSMC가 있는 대만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설립하면 미국 정부가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성장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중국과 같은 경쟁자가 따라잡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마크 런드스트롬(Mark Lundstrom) 퍼듀대 특별고문(오른쪽 두 번째)과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오른쪽 끝)이 지난 2일 생기원 인천 지능화뿌리기술연구소를 둘러보고 있다./한국생산기술연구원

런드스트롬 고문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오는 11월 열리지만, 이미 반도체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성사된 만큼 대선 결과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봤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중심 사업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컴퓨팅과 메모리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런드스트롬 고문은 “칩스법은 미국 양당이 지지한 법안이기 때문에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동맹에 대한 논쟁이 생길 여지는 없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수익률이 낮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벗어나 컴퓨팅과 메모리를 결합한 칩을 개발한다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반도체 기술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 사고를 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퍼듀대는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방한 중 생기원과 공동 연구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런드스트롬 고문은 “생기원과의 협력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 강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제조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2),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e2191

Science(2003) DOI: https://doi.org/10.1126/science.1079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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