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무실 2분 내 타격”···게임체인저 ‘극초음속 미사일’ 위력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7.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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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괌 공군기지 ‘극초음속 미사일’ 배치
최대사거리 1600㎞·속도 마하20 달해
서울서 평양 상공까지 1분15초면 타격
韓 서남서 베이징까지 2분30초면 도달
미군 장병들이 전략폭격기 B-52H 날개 밑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 ‘애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미 공군
[서울경제]

북한이 지난달 26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이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북한은 다음날 관영 매체를 통해 다탄두 능력 확보를 위한 성공적인 시험이었다고 왜곡된 주장을 펼쳤다. 우리 군은 이 미사일이 고체연료 추진체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군은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은 실전 배치가 되지 않고 테스트 단계로 전력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12일 러시아 아무르주(州)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됐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탐내며 높은 관심을 보인 무기 체계가 하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2021년 1월 북한이 지난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최우선 5대 국방 과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3년이 흘러 현재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력은 정말 어느 수준일까.

북한은 2022년 1월 5일과 11일 잇따라 시험 발사에 나섰다. 1월 5일 극초음속 시험발사 때는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 방위각에로 120㎞를 측면기동해 700㎞에 설정된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해 좌우 변칙기동 기술이 적용됐음을 주장했다. 이어 11일 발사에서는 “발사된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가 거리 600㎞계선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하며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에로 240㎞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해 1000㎞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이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걸음마 수준의 초기형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 외에 러시아, 중국만 유일하게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해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발사 뒤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해 고점에서 내려오다 대기권 안에서 방향을 바꿔 순항미사일처럼 비행한다. 문제는 속도가 마하 5 이상이고 고도와 방향을 바꾸는 비행 궤적을 보여 상대방이 예측이 불가능하다. 현재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는 탐지와 요격이 매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비행 궤적을 예측해 단계별로 요격하는 미사일방어(MD)망을 구축하면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뿐이다. 미 전략사령부 존 하이텐 사령관은 지난 2018년 3월 미 의회 군사위원회에서 “극초음속 무기를 방어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목할 대목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군사강국을 뒤쫓아 독일, 프랑스, 일본, 인도 등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꼽히기 때문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속도가 마하 5(시속 6120㎞) 이상으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뜻한다. 기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장점만 모아 설계했다. 이 무기체계는 극초음속비행체(HGV)와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으로 나뉜다. 마하 1~5까지는 초음속, 마하 5부터는 극초음속이다. 만약 마하 5 이상이면 서울에서 평양 상공까지 1분15초에 도달이 가능하다. 음속이 초당 343미터일 경우 마하 1.0은 시속 1235km다.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 날개에 장착되고 있는 극초음속미사일 AGM-183A ‘ARRW’. 사진 제공=미 국방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 공군이 중단했다던 마하 20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테스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 공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B-52H 폭격기 날개 밑에 달린 어떤 미사일을 놓고 장병들이 브리핑을 받는 모습이다. 미 공군은 이 장면이 ‘극초음속무기 친숙화 훈련’(Hypersonic weapon familiarization training)이라고 소개했다. 훈련에 참가한 부대는 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인 제23폭격비행대와 배치 직전의 신무기를 평가하는 제49시험평가대대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괌에 위치한앤더슨 공군기지 소속이다. 미국의 서태평양 전진기지인 괌에 사상 처음으로 극초음속 무기가 배치한 것이다. 해당 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훈련 참가자들은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훈련을 받았으며 극초음속 무기를 이용한 작전에 대한 전술적 토의에 참여했다”며 “폭격기 승무원들은 극초음속 무기의 기본 사항과 운영 및 병참 고려사항, 심층적인 전술 논의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 미 공군은 “B-52H 폭격기가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가 상공에서 완전 조립된(All-Up-Round) AGM-183A 공중발사 신속반응 무기(ARRW·Air-Launched Rapid Response Weapon)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며 “이번 시험이 작전 운용이 가능한 완전체 미사일의 첫 발사”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 공군은 “발사된 미사일이 음속의 5배(마하 5)를 초과하는 극초음속에 도달한 뒤 제대로 비행해 종말 지점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모든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덧붙였다.

공중발사 신속대응무기 속도 ‘마하 20’

미 공군이 공개한 B-52 폭격기 날개 하단에 장착된 미사일의 정체는 AGM-183A. 통상 ‘애로’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제식명까지 받았음에도 연이은 발사 실험 실패로 지난해 공식적으로 개발 중단과 사업 폐기 선언으로 잊어진 무기체계였다. 하지만 미 공군이 공개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은 놀랍게도 시제품이 아니라 실제 탄두가 장착된 실탄, 즉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사진 속 미사일은 실험·훈련용이 아닌 실탄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노란색 띠가 그려져 있었다. ‘AR-AUR-005’라는 생산 일련번호도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애로는 F-15 전투기에서도 발사가 가능하고 1600㎞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 속도가 무려 마하 20에 달한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킨잘’과 ‘지르콘’, 중국의 DF-17과 같은 극초음속 무기가 마하 10 이하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다. 이 때문에 개발이 어렵지만 일단 완성되면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대 속도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전 세계 어느 지역이든 1~2시간 내에 타격할 수 있다. 대기권 내에서 진행 방향을 바꾸면서 예측 불가능한 경로로 비행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의 포물선 궤적을 추적해 요격하는 현재의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이런 위력 덕분에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북한이 타이완과 한반도에서 고강도 무력 도발 조짐을 보일 경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의 시험발사 장면. 사진=트위터 캡처

제주 인근 공역은 평양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700㎞다. 북한이 조기경보레이더로 운용하는 P-14 레이더의 탐지거리 밖이다. 만약 B-52H 전략폭격기들이 애로를 발사할 한다면 북한은 레이더에서 이상 항적은 발견할 수는 있어도, 발사체가 무엇이고 정확히 어떤 코스로 어떤 시설을 향해 날아가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 북한이 보유한 레이더의 데이터 처리속도가 애로 미사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더ㅏ.

마하 20까지 가속한 애로가 제주 남방에서 평양 김정은 관저까지 날아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분이 채 안걸린다. 북한이 기적적으로 애로 미사일의 접근을 인지해 김정은 관저에 대피 신호를 보내더라도 김정은이 길어야 1분 조금 넘는 짧은 시간 안에 건물 밖으로 대피하기 힘들어 북한 지휘부에게 엄청난 위협적 존재인 것이다. 김정은의 관저는 운석의 30~40% 속도로 내리꽂히는 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잿더미가 되고 그 안에서 살아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애로는 대만을 겨냥하는 중국에게도 치명적 존재다. B-52H가 한국의 서남 해역까지 진출해 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최대 사거리를 비행해 베이징까지 도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길어야 2분30초가 채 안걸린다. 방공부대가 탐지하고 지휘 계선을 통해 최고 수뇌부에 보고하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중국 지도부 역시 애로의 공격을 받으면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극초음속 공격순항미사일 ‘HACM’도 개발

미 공군은 다른 종류의 극초음속 무기인 HACM(Hypersonic Attack Cruise Missile·극초음속 공격순항미사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속도가 마하 7로 상대적으로 느리다. 스크램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극초음속 공격 순항미사일로 미 공군은 2022년 12월 레이시언 테크놀로지스와 9억 8500만 달러 규모의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미 공군은 2024 회계연도 예산 요구안에도 HACM 연구 개발용으로 3억 8000만 달러를 요청했다.

HACM은 중국과 같은 첨단 방공망을 갖춘 대등한 적과 싸우는 미래 전쟁에서 적 방공망 안에 위치한 중요 목표를 타격하기 위한 무기체계다. HACM이 부스터를 사용하는 건 ARRW와 동일하지만 부스터의 역할이 고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스크램제트 엔진 가동에 필요한 속도를 얻기 위한 것이다. 이는 ARRW가 대기권 안에서 추진 엔진 없이 낙하하면서 얻은 가속도를 활용하여 활공하는 데 반해 HACM은 수평으로 가속된 후 자체 엔진을 가동하여 목표로 향해 공격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HACM은 미 공군 프로그램이지만 호주도 개발에 참여한다. 미 공군은 공기 흡입식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위해 2020년 호주와 SCIFIRE(Southern Cross Integrated Flight Research Experiment)라는 양자 협정을 체결했다. 미 공군은 HACM 개발을 위한 시험 비행을 호주에서 할 예정이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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