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 사건’ 이후 급격한 추락..왕년 타격왕 팀 앤더슨의 몰락[슬로우볼]

안형준 2024. 7.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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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타격왕의 몰락이다. 앤더슨은 결국 반등하지 못했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7월 3일(한국시간) 베테랑 내야수 팀 앤더슨을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했다. 그리고 루키 내야수 재비어 에드워즈를 콜업했다.

DFA는 시간 문제였을 뿐,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앤더슨은 올시즌 마이애미 주전 유격수로 65경기에 출전했지만 .214/.237/.226 9타점 4도루를 기록했다. 삼진 68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을 단 7개 얻어냈고 안타 50개 중 장타는 2루타 3개 뿐이었다. 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실패도 4개였다.

세이버 매트릭스 기대 지표도 최악이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앤더슨은 올시즌 배트스피드를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리그 하위 15%에 머물렀다. 기대 타율(0.216), 기대 장타율(0.287), 기대 가중출루율(0.230), 배럴타구 비율(1.8%), 볼넷율(2.9%) 등은 하위 10%의 최하위권이었고 그나마 가장 좋은 배트스피드도 하위 21%에 불과했다. 수비력도 하위권이었고 주력도 리그 평균 이하였다. 그야말로 장점이 단 하나도 없는 선수였다.

앤더슨은 지난 2월 마이애미와 1년 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이 올해 이후까지 남은 선수가 아닌 만큼 마이애미 구단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매몰 비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웨이버 클레임이 없다면 올시즌 잔여 연봉을 다 지급해야하지만 애초에 소규모 계약이었던 만큼 큰 부담은 없다.

사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앤더슨이 이런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앤더슨은 리그 최고의 정교함을 가진 강타자 중 한 명이었다.

1993년생 우투우타 유격수 앤더슨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7순위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됐다. TOP 100 유망주 평가를 받은 앤더슨은 2016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데뷔시즌 99경기 .283/.306/.432 9홈런 30타점 10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 투표 7위에 올랐다. 2017-2018시즌 타율은 떨어졌지만 장타력을 끌어올린 앤더슨은 2년 동안 299경기에서 .249/.279/.404 37홈런 120타점 41도루를 기록했다. 2018시즌에는 20홈런 26도루를 기록해 20-20 클럽에도 가입했다.

앤더슨은 2019시즌 123경기에서 .335/.357/.508 18홈런 56타점 17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타격왕(ML 타격 1위)을 차지했다. 이 시즌을 계기로 정교함이 확연히 성장한 앤더슨은 2020년 단축시즌 49경기에서 .322/.357/.529 10홈런 21타점 5도루를 기록해 실버슬러거를 수상했고 MVP 투표에서도 7위에 올랐다.

전성기는 계속됐다. 2021시즌에도 123경기에서 .309/.338/.469 17홈런 61타점 18도루를 기록한 앤더슨은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고 2022시즌에도 2년 연속 올스타 선정에 성공했다 2022시즌에는 부상을 겪으며 79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301/.339/.395 6험런 25타점 13도루를 기록해 여전히 정교한 타격을 했다.

2022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앤더슨은 2023시즌 건강을 되찾았지만 123경기 .245/.286/.296 1홈런 25타점 13도루로 부진했고 화이트삭스는 FA 자격을 얻은 앤더슨을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화이트삭스와 결별한 앤더슨은 마이애미에 입단했지만 반등하지 못했다.

앤더슨의 몰락은 2022년 6월부터 시작됐다. 2022시즌 5월까지 40경기에서 .356/.393/.503 5홈런 19타점을 기록한 앤더슨은 6월부터 39경기에서 .249/.287/.290 1홈런 6타점에 그쳤고 8월초 부상을 당해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이후 단 한 번도 월간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고 월간 OPS도 대부분 0.700 미만에 머물렀다.

2022년 5월 말에는 빅리그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앤더슨을 둘러싼 '인종차별' 사건이었다. 앤더슨은 당시 뉴욕 양키스 소속이던 조시 도날드슨(은퇴)이 자신을 '재키'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백인인 도날드슨이 자신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분노했고 결국 도날드슨은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다만 도날드슨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재키 로빈슨을 닮고 싶다는 것을 공공연히 이야기한 앤더슨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두고 '마치 재키 로빈슨 같다'는 존경의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날의 진실은 더 파헤쳐지지 않은 채로 사건이 마무리됐지만 공교롭게도 앤더슨은 해당 사건 이후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사건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타자 중 한 명이었던 앤더슨은 이제 빅리그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은 처지가 됐다.

물론 이제 막 31세가 된 앤더슨은 아직 '노장'이라 불릴 나이는 아니다. 부진이 짧지 않았지만 반등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남아있다. 경험이 많은 선수인 만큼 그를 필요로 하는 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급격히 추락한 앤더슨이 과연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팀 앤더슨)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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