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이적? ‘제주 수문장’ 김동준의 진심 “나의 1순위는 제주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4. 7. 4.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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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29·제주 유나이티드)은 K리그1 최정상급 골키퍼로 꼽힌다. 축구계는 김동준을 국가대표팀 주전 골키퍼 조현우(32·울산 HD FC)와 경쟁할 수 있는 수문장으로 평가한다.

김동준은 2016시즌 성남 FC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대전하나시티즌을 거쳤다. 2022시즌부턴 제주 골문을 책임지고 있다.

김동준은 제주와의 계약을 6개월 남겨두고 있다. 제주가 김동준과 재계약을 체결해야 할 시점이다.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동준을 향한 K리그1 구단들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김동준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나의 1순위는 제주”라고 강조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김동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동준. 사진=이근승 기자
김동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동준. 사진=대한축구협회
Q. 여름입니다. 지난주엔 1주일에 3경기를 치렀어요. 몸 관리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매해 여름이 가장 힘듭니다. 특히나 제주도는 다른 곳보다 습하고 날씨 변화가 잦거든요. 하필이면 그런 여름에 경기 수가 가장 많습니다. 홈-원정-홈-원정 이런 식의 일정이면 다른 팀보다 2배 이상 힘들기도 하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직장과 집만 오가야 하는 여름인 것 같아요. 이 외의 스케줄은 상상하기 힘든 여름입니다.

Q. 제주의 원정 이동은 적응을 해도 힘든 거군요.

생각하시는 것 이상일 거예요. 어마어마하게 힘듭니다. 예를 들어 원정 이동 시간이 5시간이면 엄청나게 짧은 거예요. 그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쉽지 않죠. 제일 힘든 건 원정 야간 경기 후 다음 날 제주도로 돌아오는 겁니다. 원정 경기가 오후 7시에 킥오프하면 제주도로 못 돌아와요. 비행기가 없어서. 아무리 늦어도 오후 4시 30분엔 킥오프해야 밤늦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선수들은 야간 경기 후 잠을 잘 못 자요. 몸에 열이 내려가지 않다 보니 제시간에 잠드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선수들은 다 공감할 거예요. 잠을 푹 자지 못한 채 경기 다음 날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니 컨디션 관리가 힘들 수밖에 없죠.

김동준. 사진=대한축구협회
Q. 2022시즌부터 제주 골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3년 차 시즌인데요. 본인만의 몸 관리 비법이 있습니까.

경기가 다가올수록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1주일에 1경기가 있잖아요. 경기 5일 전엔 훈련 마치고 가까운 카페 가서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경기에 대한 부담이나 스트레스 등을 푸는 저만의 방법이랄까. 경기 4일 전엔 집안일을 다 해놓습니다. 3일 전부턴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해요. 훈련 마치면 침대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게 유일한 여가 생활인 듯합니다.

Q.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있습니까.

에너지를 최대한 비축하려고 하는 거죠. 어릴 땐 경기 일정과 관계없이 하루 최소 두 차례씩 개인 운동을 했어요. 이젠 그렇게 안 합니다. 체력 소모가 너무 심하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나 제주는 이동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근육의 피로도를 잘 체크해야 해요.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땐 트레이너에게 도움을 받아 핵심적인 운동만 하죠. 살짝 땀을 흘리는 정도로요.

Q.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제주에서 3년 차 시즌이잖아요. 제주에서 김동준은 얼마만큼 성장하고 있습니까.

솔직히 조금 아쉬워요. 시민구단인 성남에서 프로에 데뷔해 대전하나시티즌이란 기업구단을 경험했습니다. 대전이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때였죠. 이후 제주로 왔습니다. SK란 대기업이 모기업으로 있는 구단이에요. 그래서인지 팀 성적이 축구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있죠.

제주에서의 첫 시즌 5위를 기록했지만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선수단 구성을 보면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난 시즌은 K리그1 9위로 마쳤습니다. 팬들을 위해 더 좋은 순위로 시즌을 마쳐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저부터 더 노력해야죠.

김동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제주도에서의 생활은 어때요.

생활은 완벽합니다. 제주도 생활엔 흠잡을 데가 없어요(웃음). 제가 전라남도 순천시 출신이거든요. 처음엔 섬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뭐랄까... 약간 갑갑함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느꼈습니다. 제주도에선 ‘한 달 살기’를 할 게 아니라 평생 살기를 해야 하는구나.

Q,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점이 김동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겁니까.

제주도에서 1년 정도 생활한 뒤부터였어요. 제주도란 섬이 더 좋아지는 겁니다. 저는 휴식일에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처음엔 온라인에서 맛집을 검색한 후 찾아갔죠. 제주도 생활에 어느 정도 안착한 뒤엔 바뀌었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다닌 거죠. 이게 엄청나게 재밌는 거예요.

제주도는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잖아요. 숨겨진 명소를 찾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제주에 와서 캠핑이란 취미가 생겼어요. 최근에 갔던 곳이 제주도 제주시 비양도란 섬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백패킹을 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어요.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넘치는 곳입니다. 저는 제주도에서의 삶이 아주 좋아요.

Q. 제주 선수들과 캠핑을 하곤 합니까.

선수들하곤 못합니다(웃음). 캠핑은 장비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동료 중엔 캠핑 장비를 갖춘 이가 없는 것으로 알아요. 장비가 있어야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습니다.

Q. 제주도 생활에 만족한다니까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제주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계약 만료가 6개월 남았어요. 김동준의 거취는 제주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걱정이기도 합니다. 김동준이 제주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요.

제주 팬들의 사랑엔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약과 관련해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딱 하나입니다. 저는 제주도가 좋아요. 제주도에서의 삶에 아주 만족합니다. 팀에선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이바지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제주 구단과 재계약을 논의하면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고민할 게 있나요. 남아야죠.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주가 1순위란 거예요.

설령 제주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팀을 떠난다고 해도 이 팀을 원망하진 않을 겁니다. 제주는 제게 감사한 팀이거든요. 팬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저와 제주 구단 모두 더 오랫동안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동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주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제주월드컵경기장 서포터스석. 사진=이근승 기자
Q. 제주에서 더 오랫동안 활약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주란 팀이 김동준에겐 대단히 의미 있는 팀이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잖아요.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제주 팬들에게 김동준은 어떤 선수로 기억됐으면 합니까.

팬들이 “김동준이란 선수는 참 남자답고 멋진 선수였다”고 기억해 주신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최고의 골키퍼’란 칭찬도 좋지만 무슨 일이든 피하지 않고 남자답게 처리했던 선수. 어떤 상황에서든 주저앉지 않고 나아갔던 멋진 선수. 그런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매 경기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서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어요. 제가 제주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 자리에서 해도 괜찮을까요?

Q. 어떤 이야기든 좋습니다.

홈이든 원정이든 응원을 아끼지 않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 제주 팬들에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공만 쳐다보지 않습니다. 팬들도 봐요. 우리 팬들이 꼭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제주의 색깔인 오렌지색 티셔츠라도 입고 응원해 주신다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해요.

공이 바깥으로 나갔을 때나 비디오판독(VAR) 할 때 등 관중석을 둘러보거든요. 그럴 때 오렌지색이 많이 보일수록 정말 큰 힘을 받습니다. 유니폼의 가격이 만만하지 않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쉽게 구입 할 수 있는 오렌지색 티셔츠가 어떨지 생각해 봤습니다. 대구 FC 원정 가면 모든 관중이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게 정말 멋지거든요. 원정팀으로 가면 하늘색 물결에 함성이 더해지니깐 위축도 됩니다.

그런 생각도 했어요. 제가 팬들에게 1천 장 정도의 오렌지색 티셔츠를 선물해 드릴까. 제가 이전에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서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오렌지색 물결로 가득 채우겠다’고. 제가 그런 말을 했었는데 오렌지색 티셔츠를 선물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리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오렌지색 물결로 가득 찰 수 있도록 더 뛰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김동준과의 인터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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