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부양 사활 건 정부…재건축 위해 주택연금까지 '만지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90% 초반 목표"…건설투자로 성장률 수치만 띄우기?
정부가 올해 하반기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지원을 강화한다. 내수보강을 위해 마련된 대책이지만, 높은 집값과 대출 부담 탓에 가계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내수가 둔화된 상황에 건설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얼마만큼 반전시킬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공공투자·민자사업·정책금융 하반기 투·융자 규모를 연초 계획보다 15조 원 확대해 건설투자 등 활성화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은 기관 성과를 평가할 때 내년 사업을 당겨 집행한 실적을 반영토록 해 조기 집행을 유도하고, 신용보강 등을 통해 공공기관 투자를 2조 원 증액한다. 민자사업의 경우 기존 철도·도로·항만 등 SOC(사회간접자본) 위주 사업 발굴에 더해 복합문화·관광·환경시설 등 신규사업을 발굴, 5조 원가량 늘린다. 정책금융 지원규모도 8조 원 확대한다.
주택도시기금으로 지원하는 공공주택 사업비 단가도 올려준다. 공사비 인상 애로를 해소한다는 취지인데, 주택도시기금은 이미 분양가 급등으로 청약저축 해지가 늘어 지난해 말 기준 조성액이 95조 4377억 원에 그쳤다. 이 중 37조 2천억 원이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과 경매위기 미착공 PF 분양 사업장 구제(리츠 전환)에 쓰인다.
공사비가 급등하며 정비사업이 멈춰설 위기에 봉착하자,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한 관계 부처는 주택연금을 재건축 분담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일시인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고령 집주인이 은퇴 후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연금을 받는 노후 대책인데, 이마저 재건축에 쏟아붓도록 정부가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밖에 하반기 경제 최대 '뇌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에도 94조 원 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은행들이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을 수 있도록 커버드본드 발행을 활성화해 재원을 조성한다.
정부는 올해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2.6%로 상향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내수보강 대책으로 건설경기 부양에 재정은 물론 '국민쌈짓돈' 주택도시기금과 주택연금 및 금융지원을 집중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셈이다.
다만 현재 국민 체감경기가 싸늘한 건 공급 부족보다는 수요 측 요인인 소비 여력 자체의 부족이 더 크다는 점이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고물가로 과일류 지출이 18.7%, 채소류 10.1% 증가하는가 하면, 온라인쇼핑에서도 음·식료품과 농축수산물 구입 등 지출 부담이 18.3% 늘면서 의복 구입은 -4.7%, 전자제품 -1.5% 감소를 보였다.
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를 2%p로 장기간 유지하면서 환율이 급등, 이자 부담과 함께 고물가·고환율로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1.3%로 집계된 뒤 이 같은 성과가 하반기 국민 체감경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출(0.8%p)과 건설투자(0.5%p)가 성장률을 견인하는 구조만으론 GDP 수치는 일시 호전되더라도 체감경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물론 건설투자는 과거부터 한국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쳐왔고 고용유발 등 내수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국민경제에 대한 건설투자의 영향력이 위축됐고, 향후에도 시간이 경과할수록 더욱 더 건설투자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감소할 것"이라고 최천운 한국자산관리공사 전 연구원과 단국대학교 유정석 교수가 서울도시연구 논문을 통해 전망한 바 있다.
최 전 연구원과 유 교수는 논문을 통해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의 주된 수단으로 건설투자를 활용해 왔지만, 이제는 다른 정책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연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90%대 초반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다짐했다. 이 방법론으로 가계부채 자체를 줄이는 디레버리징도 있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가계 부채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경제 성장을 통해서 GDP 대비 비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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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sa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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