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에 전기차 일관 생산체제 구축… 아세안 시장 공략 가속

현대차그룹, EV 생태계 완성
印尼, 니켈 매장·채굴량 세계 1위
핵심 원자재 조달에 유리한 환경
LG엔솔과 배터리 합작공장 준공
연간 EV 15만대분 배터리셀 생산
HMMI서 생산 EV모델에 탑재
‘블루오션’ 아세안 시장 진출 유리

현대자동차그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핵심 전초 기지인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에서 전기차(EV)까지 연결되는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발판 삼아 떠오르는 아세안 EV 시장 공략을 가속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공장인 ‘HLI그린파워’ 준공과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양산을 기념하는 ‘인도네시아 EV 생태계 완성 기념식’을 열었다.

3일(현지시간) HLI그린파워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앞줄 왼쪽)이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1호차에 서명하는 모습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앞줄 가운데),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지켜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인도네시아에서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비롯한 현지 관계 부처 장관이 참석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을 배터리 모듈과 팩에 직접 조립하고 인도네시아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1호차에 서명했다.

한국에서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이 참석했다.

HLI그린파워는 2021년 9월 착공해 지난해 하반기 시험생산을 거쳐 올해 2분기부터 배터리셀을 생산하고 있다. 32만㎡ 부지에 전극공정, 조립공정, 활성화공정 등을 갖추고 있으며, EV 15만대분 이상인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고함량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에 알루미늄(A)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셀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HMMI)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기아의 다양한 EV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또 그 첫 모델이 17일 현지에 출시되는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이었다. 현대차그룹은 가성비를 갖춘 코나 일렉트릭이 EV 현지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나라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해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며 EV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 세계 1위 국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30년 60만대의 EV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세제 면제 등 적극적인 관련 산업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원자재 조달에서 시작해 배터리·완성차 생산, 충전 시스템 확대, 배터리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EV 생태계를 현지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다음은 EV 시장의 ‘블루오션’인 아세안이다. 아세안 국가 전체 인구는 2022년 기준 6억7170만명인데,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335만여대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연간 자동차 판매량의 2배 수준이다.

정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는 차량들은 동남아시아 지역 잠재 고객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전기차 산업의 활성화는 동남아시아 전체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다른 인구 대국(약 14억명) 인도에서도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현대차가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로 많으면 35억달러(약 4조9000억원)를 조달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인도 증시에서 역대 최대이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인도법인인 현대차인도는 9월이나 10월에 상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통신은 전했다.

백소용·조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