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잊지 않아야 할 사람들[기고]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 2024. 7. 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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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에 여름이 왔다.

학예연구사가 되어 25년의 시간을 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찾고 국내외에 알리는 업무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대한민국 현대사를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올해 여름에는 '지역과 함께하는 석탄시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유엔군이 결성되어 자유와 평화를 위해 치른 전쟁이 6·25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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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미국 대표단의 인솔자 및 지도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방문해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서울=뉴시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 사진전 개막식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4.02.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서울 광화문에 여름이 왔다. 다른 해보다 황사가 덜한 봄을 지나온 열기는 견디기가 어렵지 않다. 1년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와서 많이 받은 질문은 현대사박물관의 올바른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학예연구사가 되어 25년의 시간을 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찾고 국내외에 알리는 업무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대한민국 현대사를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곧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잊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임 직후 한미동맹 70주년 전시를 준비하며 핵심 메시지로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로 정했다. 대한민국 번영의 가장 큰 주춧돌이라 할 수 있는 이 동맹의 70년 역사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담겨 있었다. 여름내내 이어진 전시장에 특별히 두 나라가 함께 선정한 10대 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은 유일한 생존자인 김두만 장군부터 잼버리를 찾은 미군 참전용사의 후손까지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주었다.

올해 여름에는 '지역과 함께하는 석탄시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개발이 시작돼 광복이후 80년대까지 우리땅에서 나는 석탄은 서민의 연료이자 성장의 동력이었다. 1966년 방송사 1등 공모상품이 연탄이었고 대통령이 장관직을 걸고 석탄공급을 재촉하던 때였다. 1988년 347개 탄광이 운영되던 태백, 문경, 보령 등 석탄도시는 경제성장과 에너지정책의 변화에 따라 점차 광부와 탄광의 기억만을 남기고 저물어가고 있다. 올 여름 최대 탄광인 태백의 장성광업소가 폐쇄되고 내년이면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공급하던 대한민국의 석탄 탄광은 모두 문을 닫는다. 그리고 석탄도시의 기억을 간직한 세 박물관이 세워졌다. 이들과 함께 잊지 않아야 할 석탄시대의 기억을 담은 특별전시가 지금 열리고 있다.

탄광 취업이 늘면서 탄광마을의 인구도 증가했다. 그 영향으로 탄광마을 초등학교의 학생 수도 증가했다.(보령석탄박물관)/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지역과 함께하는 석탄시대' 특별전 전시사진


한편 성하의 절정인 7월 27일은 유엔군 참전의 날이다.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유엔군이 결성되어 자유와 평화를 위해 치른 전쟁이 6·25전쟁이다. 새로 태어난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22개국 195만명이 참전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수많은 나라가 하나의 군대를 이루어 커다란 희생을 감수하면서 싸운 유일한 현대전쟁이 남긴 가장 상징적인 장소는 부산 유엔묘지다. 여기에 아직 13개국 2328명의 참전용사가 영면해있다. 2328개의 잊어서는 안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7월 27일 이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전시를 개최한다.

잊혀지는 것이 곧 사라지는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는 우리들은 한여름 더위보다 더 무더운 탄광의 어두운 막장에 매어놓은 광부의 도시락을 기억해야 하고 6·25전쟁에 군화밑창을 만들어 보내준 페루국민들의 정성을 기억해야 한다고 믿는다. 결국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선택하는 지금의 우리들이다. 그러기에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명제가 의미를 갖는다. 역사전쟁은 학술대회나 정치집회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지나가는 바쁜 일상에서도 잊지 않을 것을 기억하는 작은 다짐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흐름이 될 것이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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