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기회소득이 더 낫다

김종구 주필 2024. 7.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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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유독 무시받은 질문이 있다.

'무상급식(김상곤 교육감)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09년). '청년배당(이재명 성남시장)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16년). '기본소득(이재명 도지사)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20년). 최근에는 이것도 있다.

작년부터 예술인 기회소득이 시행됐다.

내년에 청년 기회소득이 시행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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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급식·청년 복지, 예산 한계
기회소득, 좌·우 복지개념 포용
복지망국 막을 패러다임 될 수도

요 몇 년 유독 무시받은 질문이 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재정(財政)을 논함에 있어 당연한 주제다. 보편적 복지가 등장하면서 생긴 질문이다. ‘무상급식(김상곤 교육감)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09년). ‘청년배당(이재명 성남시장)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16년). ‘기본소득(이재명 도지사)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20년). 최근에는 이것도 있다. ‘민생지원금(이재명 대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24년).

지속가능성을 묻는 질문이다. 계속 끌고 갈 수 있는지 따져보자는 거다. 그런데 시원한 답이 없다. 한 술 더 뜬 궤변만 돌아온다. ‘그러면 아이들 굶기자는 것이냐’, ‘그러면 청년의 꿈을 짓밟자는 것이냐’.... 통상의 토론이었으면 승부는 뻔하다. 질문한 쪽 승(勝), 대답 못한 쪽 패(敗)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이 공식이 안 통한다. 묻는 쪽이 되레 패한다. 대답 못 한 쪽이 이긴다. 언제부턴가 선거 규칙처럼 됐다. 퍼주기 공약은 던지면 이기고, 따지면 진다.

그런 선거도 몇 순 배 돌았다. 점검할 때가 됐다. 무상급식부터 보자. 한국 보편적 복지의 시조다. 교육과 일반 행정을 장악했다. 교육청, 경기도, 시∙군이 맡고 있다. 51.3%, 14.2%, 34.5%다. 시∙군이 버거워한다고 들린다. 하남시는 도에 정책조정을 건의했다. 고양시는 북부시장군수협의회에 안건으로 올렸다. 의정부시는 시·군협의체를 구성 중이다. 18개 시∙군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2010년 선거에는 금과옥조였다. 그게 이제는 골칫거리다.

성남시 청년 배당은 아예 사라졌다. 2016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조건은 아주 간단했다. ‘성남에 살고 있는 24세 청년’. ‘왜 24세인지’ 설명은 없었다. ‘효율성 분석’은 기관마다 천양지차였다. 여기서 거물 이재명이 탄생했다. 2023년 성남시가 폐지했다. 대신 ‘취업 올패스’라는 걸 만들었다. 퍼주기라는 속성엔 별 차이 없다. 예산 부담도 여전하다. 하지만 수혜 대상만은 좀 더 상식적으로 구획됐다. ‘취업 못한 청년’에 ‘취업 준비 지원금’만 준다.

주목할 건 ‘경기도 기본소득’이다. 명을 다해 가긴 마찬가지다.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무상급식·청년배당과 같은 처지다. 그런데 과정이 조금 다르다. 새로운 대체 정책이 제시됐다. ‘김동연 기회소득’이다. 2022년 지방선거 공약이었다. 2년째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부터 예술인 기회소득이 시행됐다. 올해부터 농어민 기회소득이 시행된다. 내년에 청년 기회소득이 시행될 것 같다. 기본소득은 양립 불가다. 잠깐의 동거 뒤에 소멸될 것 같다.

김 지사가 기본소득과의 차이를 강조한다.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대상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대상’, ‘기준’, ‘기간’이 특정된다. ‘어려우니 도와주자’는 편협한 선택 복지와 다르다. ‘똑같이 분배하자’는 무차별 보편 복지와도 다르다. 우파 복지와 좌파 복지의 극단을 경계한다. 중도 복지의 스팩트럼을 최대한 넓게 포용하고 있다. 실행의 묘가 변수지만 개념이 다른 복지의 등장만은 분명하다.

경제력의 한계가 곧 복지의 한계라 했다. 대한민국 경제력은 자본주의로 유지된다. 사회주의적 복지도 이 범위 내에 있다. 그 너머로 국가부도의 유령이 서성인다. 선택적 복지주의자들은 ‘턱밑까지 왔다’고 한다. 대개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보편적 복지주의자들은 ‘여유가 많다’고 한다. 대개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 정치 한복판에 등장한 기회소득이다. 좌우 영역을 두루 품고 있다. 지속가능한 예산을 쓰고 있다. 필요한 계층을 짚어 내고 있다.

그래서 기회소득이 낫다. 더 정직하고, 더 현실적이고, 더 효율적이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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