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디지털 유목민의 운명에 감사한다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2024. 7. 4. 02: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대학 교수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고 이동하는 자는 흥할 것이다"라고 세계 역사상 단일 제국으로 가장 큰 정복자인 칭기즈칸이 말을 남겼다. "내 후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 때 내 제국은 멸망할 것이다"라고까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경고했다. 1000년 전 세상에 나온 그의 언급은 지금까지 금강석 같이 강력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런 진리가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면 행복할지를 생각해봤다. 태어나 전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에 움직였고 그래서 성장했지만 안주하지 못하고 다시 움직여야 하는 유목민과 같은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근 네이버 웹툰이 미국 나스닥에 안착했다. 공모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모기업을 포함해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활약은 대단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은 자신들의 기업가치와 기업의 평가를 세계 속에 한층 높이는 것으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나름 많은 의미가 있다. 최근 쿠팡이나 20여년 전의 게임회사 그라비티, 이미 철수한 웹젠도 마찬가지로 뉴욕증시나 나스닥에서 성과를 내는 우리 기업들을 보면 쉼 없이 옮겨가고 달려가는 유목민을 연상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소셜플랫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글이나 아마존 같이 세계적 검색, 커머스 플랫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수세에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유수의 스타트업들이 무한 크기의 글로벌 플랫폼기업들을 상대로 국내 진입을 아직까지 잘 막아내고 있다는 데 안도감을 느낀다. 우리에겐 운명과 같은 해외진출 효과로 보면 밖으로 나가는 것뿐 아니라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공세를 잘 방어하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언급했듯이 우리에게는 강력한 글로벌 플랫폼은 없다. 섣부른 판단이지만 현재로는 가능성도 전무하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보면 플랫폼은 자신들의 본질에 변화가 있거나 핵심 가치가 움직이면 위험하다. 플랫폼 자체가 진보는 있으나 혁신적 혁명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반해 콘텐츠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맞추고 고객과 대화해야 하며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등 변화가 무쌍하다. 순간순간이 민첩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끝없이 사람들의 욕구를 찾아 이동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지금의 성공이 대대손손 이어지지 못해 성공이 반복돼도 다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콘텐츠다. 그런데 그에 탁월한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태어나서 움직이고 성공해도 또 쉼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이 작지만 빠르고 다양하며 변화가 무쌍한 K드라마와 K팝, K웹툰, K무비 등을 내놓으며 K를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알파벳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우리가 가지지 않은 것을 동경하기보다 혹자의 저서를 인용하면 '세상도 어찌하지 못할 나만이 가진 것,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는 것'이 정답이다. 또한 그래서 행복하다.

상어는 대양에서 살아가기에 부적합하다. 몸을 뜨게 하는 부레가 없기에 끝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심해로 가라앉는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최고의 포식자가 된다. 꿀벌은 하늘을 날기엔 부적합한 몸이다. 몸의 형태나 균형, 크기에 날개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중에 머물기 위해 1초에 날갯짓을 200회 이상해야 하는 운명을 가졌다. 그러나 그들은 꿀 1㎏을 위해 지구 한 바퀴 거리를 비행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많지 않은 인구에 가진 것 없고 배고프고 세상사에 시달린 역사를 가진 선조들이 남긴 작은 땅덩어리만 있다. 그러나 이번 웹툰이라는 콘텐츠의 비상을 보면서 느낀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며 오늘도 다시 한 걸음 나아가야 하는 디지털 유목민의 운명에 감사한다.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