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앞에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뒤에선 “돈 많이 들어 힘들다”는 복지부

오유진 기자 2024. 7. 4. 00: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진료실 모니터에 전문의 진료 관련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2024.5.28 /연합뉴스

올 초 의대 증원 발표 후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 파행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대안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모델을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전공의 없이도 잘 돌아가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최근 전문의 중심 병원을 안착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입원 전담 전문의’ 제도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정부 조치가 나오면서 의료계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입원 전담의는 진단·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와 별도로 병동을 돌면서 입원 환자를 돌보는 의사를 말한다. 두 의사가 긴밀히 상의하면서 환자를 보는 모델은 병원의 수직적·경직적 문화를 탈피할 방법으로 꼽혔다. 전공의가 부족한 민간 병원들은 입원 전담의를 점차 늘리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운영해왔다.

그런데 최근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2024년 의료 질 평가 계획’ 자료에는 입원 전담의 운영 항목을 내년 의료 질 평가 지표에서 삭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면 병원들이 입원 전담의를 뽑을 유인이 끊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병원들이 ‘입원 전담의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정 병동에서만 근무시켜야 해서 인건비 부담도 크니 평가 지표에서 빼달라’고 요청해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입원 전담의 몸값이 높아져 다른 의사들처럼 2억~3억원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단순히 비용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전공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입원 전담의는 의료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민간 병원 중에 입원 전담의 연봉을 제한하는 대신, 교수직을 주는 식으로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일부 병원이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가야 할 방향이면 정부가 결정해야 된다. 그러려고 의사 인력 늘리고, 수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동안 정부가 필수 의료 강화 약속을 거듭해도 의료계에서는 “정부 방안에 구체적 예산 계획과 세부 지원 내용이 빠져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해왔다. 이런 가운데 성공적인 제도를 놓고도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의료계에선 “파업을 그만두고 의정 갈등이 풀리고 나면 정부 지원 약속도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