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펀드서도 자금 대거 유출

장형태 기자 2024. 7. 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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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객 인출액만 55조원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한 투자자들의 ‘돈(money)’도 넷 제로 후퇴 흐름을 읽고 있다. 친환경 관련 사업에 주로 투자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친환경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진 우파가 득세하면서, 각국에서 넷 제로 정책이 더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바클레이스 조사를 인용해 “올해 ESG 펀드에서 고객이 인출한 금액만 400억달러(약 55조5600억원)이고, 4월에만 140억달러가 빠져나갔다”며 “관련 기업의 실적 부진, 미국 공화당 등 우파 세력의 공격이 주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ESG를 ‘손절’하는 자산운용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ESG 펀드 자산을 2021년 말 250억달러(약 34조7000억원)에서 지난 5월 128억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이 펀드의 투자처도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엔비디아·아마존 등 기술주로 확대했다. ESG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 중 한 명이었던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해 “더 이상 ESG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ESG가 정치 세력에 의해 논란 거리로 전락했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지만, ESG 펀드의 수익률 저하도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간과 스테이트스트리트는 한 술 더 떠 올해 아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강제하는 투자사 이니셔티브 ‘기후행동100+’를 탈퇴했다. 스트레이트스트리트는 “기후행동100+가 (피투자기업에) 지나친 간섭을 요구한다”고 했다.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 정치 세력은 ESG 투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ESG 투자는 책임 있는 기업 지배 구조를 가장한 급진적 행동주의”라고 비판해 왔다. 유럽에서도 친환경 규제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에 반대한 농민 시위가 각국에서 일어났다. 결국 녹색당을 비롯한 친환경 정파가 참패하고, 강경한 우파 정당들이 대거 약진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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