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을 심문했다… “눈이 있으면 봤겠죠?” 핀잔이 돌아왔다

황규락 기자 2024. 7. 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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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해 본 ‘언커버 더 스모킹건’
크래프톤 자회사 렐루게임즈가 출시한 AI 추리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건' 게임 장면. 추리 내용을 채팅으로 자유롭게 입력하면 GPT 기반으로 게임 속 캐릭터가 답변한다. /크래프톤

2030년 5월 13일, 대기업 회장인 스탠리 메이슨이 자택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약물 과다 투여에 따른 심박수 급증.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스탠리 회장 사망 직전까지 함께 있던 아내 ‘린다 메이슨’이었다. 스탠리 회장의 증세가 갑자기 악화되자 그녀가 응급처치를 하느라 약물을 투여했는데, 이 약물이 지나쳤던 것이다. 회장이 사망할 당시 자택에는 ‘약물을 정량 주사했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린다 외에도 인공지능(AI) 로봇 ‘에코’가 있었다. 에코는 영리했다. “넌 사람이니 로봇이니?” 하는 질문에 “너야말로 사람이니 로봇이니?” 하고 반문하는가 하면, 뻔한 질문에는 “당신이 눈이 있으면 볼 수 있겠죠”라고 핀잔을 주거나, 답변을 의심하면 “나는 거짓말을 프로그래밍 할 수 없으니까 걱정 마”라며 뻔뻔하게 나오기도 했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에코에서 은근슬쩍 나오는 ‘아빠’라는 단어가 있었다. 아빠가 누구냐는 질문에 에코는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한다. “아빠는 아빠죠. 나는 스탠리의 아들 케빈입니다.”

추리소설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이 게임은 크래프톤의 자회사 렐루게임즈가 최근 선보인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일부다. 시대 배경은 AI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2030년이다. 게임 이용자는 ‘AI 전문 형사’가 돼 직접 현장을 살펴 단서를 찾고 용의자로 지목된 AI 로봇들을 심문하며 사건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게임을 직접 해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사건 현장에 있던 로봇들을 심문할 때였다. 종전 추리 게임은 등장인물과 대화를 이어갈 때 몇 가지 선택 중 하나를 고르는 식으로 진행된다. 미리 정해져 있는 답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자유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언커버 더 스모킹건은 오픈AI의 거대 언어 모델(LLM)에 기반한 ‘GPT-4o(포오)’를 활용해 질문과 답변을 이어간다. 로봇에 채팅으로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으며 질문에 따라 로봇의 대답도 달라진다. 로봇 성격에 따라 말투가 다른 것은 물론, 대화에 따라 결말까지 바뀔 수 있다. 이러한 자유로움은 자칫 단조롭고 진부할 수 있는 추리 게임을 반복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로 느껴졌다.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로봇의 심상치 않은 대답도 게임의 무게를 더했다.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로봇도 사람으로 볼 수 있는가’ 등 로봇들은 저마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게임이 꺼지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나는 인간인가 로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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