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평 반반씩 나눠 앉은 연주자·관객… 7월 내내 ‘슈만’ 연주하는 음악 축제
지난 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구청사)’. 20~30대 젊은 단원들이 주축이 된 위(WE)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김재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작곡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협연 문지영)과 교향곡 4번으로 꾸민 이날 연주회에는 유별난 점이 있었다. 그것도 한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나 됐다.
우선 연주자와 관객이 거의 동수(同數)였다는 점. 162㎡(49평) 크기의 무대 절반은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단원까지 40여 명이 차지했다. 나머지 절반에는 관객 50여 명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 불과 한 걸음 남짓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연주자와 관객들이 서로 마주보면서 연주하고 감상한 셈이다. 이날 무대는 ‘더하우스콘서트’의 여름 축제인 ‘줄라이 페스티벌’의 개막 연주회. ‘더하우스콘서트’는 지난 2002년부터 연주자와 관객들이 일상적 공간에서 가깝게 만나야 한다는 취지로 열리고 있는 음악회다. 지휘자 김재원씨는 “단원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고 관객들도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에 2000여 석의 대공연장에서 연주할 때와는 당장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섬세한 강약 조절에 신경 쓰게 된다”고 했다.
다음으로 여러 작곡가가 아니라 오로지 작곡가 한 명의 작품만 한 달 내내 연주하는 릴레이 음악회라는 점도 특징이다. 2020년의 주인공은 그해 탄생 250주년이었던 베토벤이었다. 그 뒤에도 브람스(2021년)·버르토크(2022년)·슈베르트(2023년)에 이어서 올해 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7월 내내 휴일도 없이 31일 연속으로 슈만과 부인 클라라의 곡들만 들려준다. 올해도 최연소인 첼리스트 김정아(13)양을 비롯해 연주자 203명이 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강선애 더하우스콘서트 대표는 “유행과 관계없이 작곡가 한 명의 음악 세계를 오롯이 집중 탐구하는 페스티벌도 세상에 하나쯤은 존재해야 한다고 믿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은 고정석 없이 마룻바닥에 앉아서 연주자의 숨소리와 악기 울림까지 온몸으로 느낀다. 2019년부터 더하우스콘서트를 찾고 있는 직장인 박준영(31)씨는 “말 그대로 음악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매달 두세 번씩은 찾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연주자에게는 때로 긴장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조니·제네바 콩쿠르 우승자 출신의 피아니스트 문지영씨는 “5년 전 처음 독주회를 열 때는 바로 무릎 앞에도 관객들이 있어서 속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연주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이 페스티벌은 31일까지 ‘예술가의 집’에서 계속된다. 3만~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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