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비상식적 검사 탄핵, 뭘로 막을까

양은경 기자 2024. 7. 4. 00: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오른쪽부터), 장경태, 민형배, 김용민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검사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작년 11월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당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현 대전고검 검사)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수사를 맡고 있었다.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비롯해 ‘쪼개기 후원’ ‘법인카드 유용’ 의혹, 쌍방울의 횡령·배임 사건 등이 그가 이끄는 특수수사팀 산하 부서에 재배치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해 12월 1일 민주당이 탄핵 소추를 의결하면서 그의 직무는 정지됐다. 헌재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권한 행사를 정지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50조 때문이다. 그사이 대북 송금을 비롯해 이 전 대표의 수원지검 수사는 줄줄이 밀렸다. 이 전 대표가 수원지법 법정에 서는 대신 이 검사가 헌재의 탄핵 심판정에 섰다.

이 검사에 대한 탄핵이 ‘수사방해형’이라면 2일 발의된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은 ‘보복형’ 내지 ‘재판방해형’이다. 엄·강 검사는 각각 중앙지검 반부패 1·3부장으로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김 검사는 반부패 2부장으로 민주당 돈봉투, 박 검사는 대북 송금 수사를 했었다. 기소된 후에는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탄핵은 수사나 재판, 징계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직자를 파면할 수 없는 경우에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비상(非常) 절차다. 직무 집행 과정의 헌법과 법률 위반을 이유로 국회 과반수가 탄핵 소추를 의결하고,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파면된다.

판사나 검사가 잘못했다면 수사를 해서 재판에 넘기면 된다.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탄핵은 처벌 규정이 없거나 정상적인 재판이 불가능한 비상 상황에서나 쓰이는 제도다.

이런 비상 절차가 남발되는 것은 검사들을 수사하고 재판받게 할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탄핵 사유로 내세운 ‘검찰청 술자리’ 는 교정 당국의 호송 기록 등으로 없는 사실임이 드러났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위증 교사 의혹도 문재인 정권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다. 이정섭 검사의 위장 전입, 전과 조회도 수사나 재판에서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니 오로지 국회 다수결로 이들을 헌재 심판정에 끌고 와 망신 주자는 것이다. 헌재의 최종 결론은 중요하지 않다. 그때까지 이들의 손발을 묶어 두고, 다른 판·검사들도 위축시키면 그만이다. 한 판사는 “대놓고 사법 시스템을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했다.

특정인의 방탄을 위해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국기 문란’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사법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이다. 법정 기한(1심 6개월)의 네 배 가까이 늘어지고 있는 공직선거법 재판,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마저 ‘혐의가 소명된다’고 했던 위증교사 재판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진행해 결론을 내야 한다. 적어도 ‘판검사를 탄핵해 유죄 판결을 막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은 더 이상 주지 말아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