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영의 News English] 한라산, 버려지는 컵라면 국물에 “비명”

윤희영 기자 2024. 7.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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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최정진

제주도 한라산이 예기치 않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suffer from an unexpected problem). 외신들까지 기이한 현상(bizarre phenomenon)이라고 보도하고 있는 그 문제의 주범(main culprit)은 엉뚱하게도 컵라면 국물(oddly enough, cup ramen broth)이다. 최근엔 한라산에서 컵라면 먹는 인증 사진 찍기(taking a certification photo)가 유행하면서 보온병(thermos bottle)을 가져와 컵라면을 먹고 남은 국물을 아무 데나 버리는(dispose of the leftover soup anywhere) 일이 더욱 잦아졌다.

그렇게 한라산에 버려지는(be dumped on Mount Halla) 라면 국물이 하루에 약 120L에 이른다고 한다. 나트륨 함유량(sodium content)이 워낙 많은 ‘소금 폭탄’이어서 종이컵 한 컵 분량(200㎖)을 희석하는 데만 무려 7300배에 달하는 물 1460ℓ가 필요하다.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concerns about its environmental implications)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염분이 많은 액체(briny liquid)는 토양에 스며들면서(seep into the soil) 식물을 말라 죽게(dry out) 한다. 삼투압 현상에 의해(due to the phenomenon of osmosis) 수분이 짠 국물을 머금은 토양으로 이동해버리는(move into the soil containing salty broth) 탓이다. 게다가 물줄기로 흘러들어(run off into streams) 깨끗한 물 환경에서 살아가는(inhabit clean water environments) 날도래, 잠자리 애벌레, 도롱뇽 등 수중 야생 생물을 위험에 빠트린다(endanger aquatic wildlife).

또 까마귀, 오소리, 족제비 등이 국물 냄새를 맡고(detect the scent) 오염된 건더기를 먹어(consume the contaminated ingredients)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lead to ecosystem disruption). 체내에 쌓이면 생식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고(disrupt reproductive functions), 먹이사슬을 통한 2차 피해까지 유발하게 된다(cause secondary damage through the food chain).

이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윗세오름 대피소 등에 라면 국물 수거용 60L 컨테이너와 음식 처리기(food dispenser) 2대를 설치했다. 문제는 하루에 배출되는 라면 국물이 워낙 많아 상당량이 맨땅이나 화장실 변기에 버려지고 있다는(be discarded on bare ground or in toilets) 현실이다. 게다가 국물 염분 탓에 음식 쓰레기 분해 미생물(microorganism responsible for decomposing food waste)이 죽어버려 음식 처리기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고, 토양 오염(soil contamination)으로 이어지는 악순환(vicious cycle)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고육책(desperate measure)으로 나온 것이 ‘스프 반 + 물 반’ 캠페인이다. 컵라면을 절반 분량만 만들어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모두 들이마시고 가자는 취지인데, 최근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버려지는 국물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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