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41] 태종의 ‘주역’ 태괘(泰卦) 읽기
태종 17년 윤 5월 9일 태종은 예조판서 변계량과 이야기하던 중 이런 말을 던진다.
“‘주역’은 비록 오묘한 이치를 깨닫기는 어려우나 읽기는 쉽다.”
그보다 2년 전에는 더욱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예로부터 아래위가 예절이 있은 뒤에야 국가가 다스려질 수 있었다. ‘주역’ 태괘(泰卦)를 보면 나라 다스리는 방도를 대체로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일까? 태괘는 임금을 상징하는 건괘(乾卦 ☰)가 아래에 있고 신하를 상징하는 곤괘(坤卦 ☷)가 위에 있는 모양이다. 괘는 자리[位]가 있고 역할[德]이 있다. 자리로 보자면 당연히 임금이 위로 올라가고 신하는 아래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모양은 태괘가 뒤집어진 형태다. 그런데 이 괘는 주역 64개 괘 중에서 가장 좋지 않다. 비괘(否卦)라고 하는데 ‘부’가 아니라 ‘비’로 읽는 이유는 모든 것이 막혀 있다[否塞]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태(泰)는 태통(泰通)하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나라 모양새가 여야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구석구석이 딱 비색(否塞)이다. 이렇게 되면 지리멸렬(支離滅裂)하게 된다. 모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주장만 하는 데서 일어나는 일이다.
태괘를 보면 나라 다스리는 방도를 대체로 알 수 있다는 태종의 말은 핵심을 찌른다. 임금이 먼저 자기를 낮추어 신하 아래로 내려가는 덕(德)을 보일 때 신하들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충직을 다한다. 이를 하인(下人)이라고도 하고 하사(下士)라고도 한다. 이때 하(下)는 동사이니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낮춘다 혹은 다른 선비들에게 자기를 낮춘다는 말이다. 한 글자로는 겸(謙)이다.
새로 ‘정무장관’을 둔다고 한다. 국회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취지를 밝힌 것을 보면 불통을 걱정하는 모양이긴 한데 불통을 해결하는 비결은 자리[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할[德]에 있음을 거듭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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