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25] 때로는 주문처럼 ‘케 세라 세라’

장유정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원장·대중음악사학자 2024. 7. 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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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이 보여준 초긍정적 사고를 뜻하는 ‘원영적 사고’가 선순환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원영적 사고는 부정적인 것마저 오히려 좋게 받아들이려는 태도에 해당한다.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원영적 사고와 유사한 것으로 ‘케 세라 세라(qué será será)’가 있다. 간혹 체념과 포기의 ‘될 대로 돼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루어질 일은 결국 이루어진다는 긍정과 희망의 전언에 가깝다. 될 일은 될 테니 우리는 그저 할 일을 하면 된다는 의미 말이다.

1956년에 개봉한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The Man Who Knew Too Much’의 주제가 ‘케 세라 세라’는 그해 아카데미상 최우수주제가상을 받으며 널리 알려졌다. 제이 리빙스턴이 작사하고 레이 에번스가 작곡하여 도리스 데이가 부른 이 노래는 영화보다 더 유명해서 지금까지도 대중매체에 종종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7년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는데, 역시 주제가가 상당한 인기를 얻으며 ‘케 세라 세라’라는 말도 유행했다.

그 당시 ‘케 세라 세라’를 번안한 노래가 네 종이나 제작되었는데, 김광수가 편곡해서 노명애가 노래한 ‘케 세라 세라’를 제외하고 당대의 인기 가수 백일희, 송민도, 현인이 각각 노래한 것은 음원을 확인할 수 있다. 박춘석이 번안하고 편곡하여 백일희가 노래한 ‘케 세라 세라’는 오아시스에서, 탁소연이 번안하고 송민영이 편곡하여 송민도가 노래한 ‘케 세라 세라’는 킹스타에서, 현인이 번안하고 김희조가 편곡하여 현인이 노래한 ‘케 세라 세라’는 도미도 레코드에서 발매되었다. 백일희의 ‘케 세라 세라’가 1절과 3절은 한국어, 2절은 영어 원가사로 구성된 것처럼, 모두 번안 가사와 원가사를 번갈아 사용한 것이 특징적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이를 ‘케 세라 세라’로 다독거려주는 원가사의 주된 정조가 세 노래의 번안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현인 본인이 직접 번안한 ‘케 세라 세라’가 원가사에 가장 충실한 편이다. 이 노래에서 현인은 “지나간 젊은 그날은 아름다워라 그리워라/ 무엇이 될까 어머님께 물어보았더니/ 케 세라 세라 그것은 운명이라네/ 만사가 운명이라네 케 세라 세라 두고 봐야지”라며 순리를 따르자는 격려와 응원의 말을 보낸다.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바라는 바를 이루리라는 것이 ‘케 세라 세라’의 요체다. 새옹지마 인간사에서 우리가 할 일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힘들 때면 나직이 주문처럼 읊조려 보기로 한다. ‘케 세라 세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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