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차등 최저임금 무산, 결정방식 바꿔야
勞 측 일부 의사봉 뺏고 용지 찢어
정권에 맞춘 가파른 인상이 문제
합리적이고 공정한 산출기준 시급
최소한의 의식주 생활이 가능한 급여기준을 정해 임금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최저임금이다. 나라마다 법과 규정에 의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894년 세계 최초로 뉴질랜드 정부가 시행한 데 이어 미국과 프랑스도 각각 1938년과 1950년에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1986년 12월31일 법적 근거를 만들고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1988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462.5원이었다. 차등적용이 유일하게 이루어졌던 해이기도 하다. 경공업과 중화학공업으로 구분해 각각 462.5원, 487.5원이었다. 올해 986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 1만원을 넘으면 36년 동안 21배가 인상되는 셈이다.
최저임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1988년부터 최임위는 올해까지 37차례 심의를 했지만 법정기한을 지킨 건 9차례뿐이다. 경제 양극화를 줄이고, 취약계층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차원의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 다만 최저임금의 정치화 즉 정권 입맛에 맞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문제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문재인정부 시절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8~2022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41.6%로 물가상승률 9.7%의 4배를 웃돌았다. 국내 임금근로자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2년 42.9%에서 2022년 60.9%로 상승했다. 벨기에(40.9%), 일본(45.6%), 아일랜드(47.5%), 독일(52.6%)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높다. 근로자 월급보다 최저임금 상승 속도가 가팔랐다는 뜻이다. 부작용이 속출했다.
직격탄은 600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몫이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013년 22.5%에서 지난해 20.1%로 떨어졌다. 늘어난 직원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최저임금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이미 1만1000원이 넘는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15시간 미만 ‘쪼개기 알바’만 쓰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취업자 비율도 2001년 4.3%에서 2017년 13.3%, 2018년 15.5%, 2019년 16.5%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음식업점의 최저임금미만율은 37.3%에 이른다. 사실상 범법자를 양산하는 꼴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안정적 일자리를 갖고 있는 정규직의 최저호봉과 연동돼 양극화를 키우는 것도 걱정스럽다. 36년간 이어져온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방식부터 손봐야 한다.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중립성 문제가 불거지고 중재안 산출 방식도 주먹구구식이다. 최저생계비, 성장률 등을 참고한다지만 합리적이고 공정한 산출 기준이 없다. 인상률 근거가 해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소모적 싸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물가 등 객관적 지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경제 상황과 노동시장을 고려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처럼 2년 단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거나 호주·멕시코 등 상당수 국가처럼 독립된 전문가 집단이 인상률 수준을 권고하고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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