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左상민 右동훈, 윤석열 정부 안위를 좌우한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2024. 7. 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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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아바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태원 참사 직후 문책 경질했더라면…
국민정서 무시하고 성공한 정권 없다
“국정기조 전환” 신호는 개각이어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는 아니라고 쓴 적이 있다. 술은 입에도 안 대고, 구리구리한 꼰대가 아니며, 말 잘하고 옷도 잘 입어서다.

어쩌면 윤 대통령의 아바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인 듯하다. 한동훈과 함께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그는 첫째, 윤 대통령의 술친구 소리를 듣는다. 둘째, 외모만 은근 비슷한 게 아니다. 이태원 참사 때 압구정동 자택에서 일산 사는 운전기사 기다리느라 85분이나 지체했다. 권위주의적 꼰대가 분명하다.

셋째, 그러고도 참사 다음 날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둥 국민 억장 무너지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도 윤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이 장관이 좀 더 일찍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다”고 2022년 말 대통령에게 간곡히 말했다고 썼다. 그때 대통령이 입법부 수장의 말을 경청했더라면 정부가, 국회가 지금처럼 꽉 막히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실에선 ‘왜곡’이라며 펄쩍 뛰었다. 회고록대로 윤 대통령이 ‘김 의장 말이 맞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결정을 못 하겠다’며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을 술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일은 윤석열 정부의 앞날을 가늠하게 된 첫 지표가 됐다’고 김 전 의장이 썼듯, 이상민은 윤석열 정부의 안위(安危)를 좌우한 인물로 기억될 게 틀림없다.

윤 대통령 인사의 상징이 이상민이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인 그는 검찰 아니면 동창이라는 윤 대통령의 친목 인사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윤 정부 인사가 대개 그렇듯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도 거리가 있다. 판사 출신이면서도 위장전입, 세금 체납, ‘아빠 찬스’, 전관예우 등을 두루 드러내며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돼 정부 출범부터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런 그가 윤 대통령과 싱크로율 100%라는 말까지 듣는 건 나라와 국민의 비극이다. 의대 증원에 대해 이상민은 3월 KBS에 나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2000명을 요술방망이 두드리듯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협이나 의대 학장들과 긴밀한 협상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4월 총선 직전 대국민 담화에서 한 말과 거의 비슷하다. 반면 법원은 결정문에서 “2000명이란 수치가 제시된 건 증원 발표 직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사실상 처음”이라고 했다. 최측근 장관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하고 있다면 국가의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능력 있는 인사라고 하기도 어렵다. 한동훈 역시 4·10총선에서 ‘강감찬 아님’을 드러냈지만 이상민은 더하다. 장관 주재로 6월 21일에도 20번째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었으나 사흘 뒤 경기 화성 일차전지 공장 큰불로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회에서 이상민이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도 이태원 참사 1주기 때 말과 흡사하다. 그래서 이상민이 진작 문책 경질됐으면 오송 참사, 채 상병 사건처럼 무책임한 정부의 비극도 없었을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법복 귀족’ 출신 윤 대통령은 ‘딱딱 법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장관이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국민 정서 무시하고 성공한 정권은 없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국민에겐 박절하면서 내 식구, 내 사람만 싸고도니 윤 대통령 지지층도 70대 연령층 빼고 계속 돌아서는 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월 29일 윤 대통령과 회동을 갖기 전 윤 대통령에게 촉구한 것도 이태원 참사에 연루된 내각 인사, 즉 이상민 장관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였다고 한다. ‘물밑 조율’을 했다는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정의 동반자’ 이 대표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국무총리 인사 추천 등을 먼저 꺼냈으나 이 대표는 국정기조 전환이 먼저라며 특히 참사 관련 인사 조치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한때 윤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한동훈은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며 ‘채 상병 특검법’으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내세웠다. “이러다 다 죽는다”고 ‘윤심 후보’ 원희룡은 죽는소리를 했다. 한동훈이 누굴 죽일지, 아니 거꾸로 국민의힘과 나라를 살릴지는 두고 봐야 안다. 그러나 대통령의 왼팔 이상민은 이 정부를 살릴 수 없다. 나라의 안녕이나 국민과의 화해는커녕 헤어나올 길 없는 위기로 몰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윤 대통령은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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