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카자흐스탄서 다시 만나... 푸틴 “양국 관계 역사상 최고”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7. 3. 2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정상회담을 가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 / 뉴시스
3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에서 만났다. 양국 정상의 재회는 약 한달 반만이다./연합뉴스

3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카자흐스탄에서 회담을 가졌다. 푸틴은 중·러 관계가 역사상 최고의 시기를 맞이했다고 했고, 시진핑은 양국 관계가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지난 5월 16~17일 베이징에서 중·러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한 달 반 만에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나 북·러 밀착과 서방의 대(對)러시아 압박 속에서도 여전한 우호 관계를 과시한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과 푸틴은 이날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정상 이사회 제24차 회의를 계기로 회동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로, 두 국가 외에 인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 등이 속해 있다.

50분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시진핑과 푸틴은 서로를 “라오펑유(오랜 친구)” “소중한 친구”라고 부르며 각별한 유대를 과시했다. 시진핑은 “혼란스러운 국제 형세에 직면해 양국은 대(代)를 이은 우호의 초심을 계속 견지하고, 인민에게 복을 가져다 주겠다는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고, 중·러 관계의 독특한 가치를 끊임없이 키워야 한다”면서 “양국의 정당한 권익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 5월 푸틴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중국 국빈 방문을 했고, 중·러 수교 75주년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시점에 양국 관계의 다음 단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계획과 조치를 함께 정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 대항하는 국제 진영 구축에 속도를 낼 것도 시사했다. 시진핑은 “중·러 양국은 계속해서 전면적 전략 협력을 강화하면서 외부 간섭에 반대하고, 공동으로 지역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러시아가 브릭스(BRICS, 러시아·남아공·브라질·인도·중국의 경제협력체) 순환 의장국을 맡아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단결, 신냉전 방지를 추진하고 불법적인 일방 제재,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푸틴 등 각국 정상과 함께 더 긴밀한 SCO 운명공동체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중국 언론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푸틴은 이날 “러·중 관계와 우리의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가 역사상 최고의 시기에 도달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의 타스통신이 전했다. 이날 시진핑은 중·러 관계가 높은 수준[高水平]에 이르렀다고만 말했는데, 푸틴은 양국 관계를 이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 것이다. 신화통신은 푸틴이 “러시아는 중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과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 것을 지지하고, 외부 세력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시진핑은 “중국은 늘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평화를 설득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자세를 견지해왔다”며 “우크라이나 위기 등 지역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이끌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 직후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어떤 형식의 다자 회담도 무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는 지난달 푸틴의 방북을 계기로 강화된 북·러 밀착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 김정은과 푸틴은 지난달 19일 회담에서 한쪽이 공격당하는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북·러가 국제사회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루면서 중국은 자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와 동아시아 지역 분쟁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양국 정상이 이번 SCO 정상회의 기간에 미국 주도 진영에 대항하기 위한 세력 결집에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4일 정상회의에서는 중·러가 주축이 되어 신(新) 안보 프레임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親)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가 SCO의 새 회원국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지난해 이란의 가입으로 회원국을 9개로 늘린 SCO는 두 자릿수 회원국을 거느린 거대 국제 협의체가 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