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못한 일, 현대차가 시작”…‘일본차 텃밭’ 인도네시아가 들썩인 이유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4. 7. 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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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셀 HLI그린파워 준공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코나 일렉트릭에 장착하기로
전동화 나선 인니 정부와 협력
내연기관의 일본차 추격 나서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오른쪽부터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출처 = 현대차그룹]
“우리는 ‘믐부까 잘란 바루(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정신으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배터리 자체 조달 생태계를 인도네시아에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부터 현지에서 만들어 전기차를 완성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건 아세안 시장에서 향후 전략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공격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3일 인도네시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준공하고 여기에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코나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신산업단지에 준공한 HLI그린파워는 총 32만㎡ 부지에 전극공정, 조립공정, 활성화 공정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 이상에 달하는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배터리셀은 자동차 배터리의 가장 기본 부품으로 모듈, 팩의 순서로 조립돼 자동차에 최종 탑재된다.

신공장 설립으로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광물부터 조달해 배터리셀을 만들고 완성차까지 일괄 완성하는 시스템을 완성차 업계 최초로 갖추게 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KNIC: Karawang New Industry City)에 세운 배터리셀 합작 공장 HLI그린파워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출처 = 현대차그룹]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가장 비싼 부품이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에서 공수해 왔다. 이제 이를 현지 생산 체계로 바꾸면 물류비를 아끼고 공급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원자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최대 장점이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매장돼있는 나라다.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인도네시아 정부 측과 적극 협조하면서 안정적으로 니켈을 공급받는 신뢰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관측된다.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고함량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에 출력을 높여주고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춰줄 수 있는 알루미늄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셀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물론 현대차·기아의 여러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일본차 텃밭’인 인도네시아에 본격 깃발을 꽂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핵심 국가다.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는 자동차 생산량 순위는 5위지만 판매량은 8위다. 기아는 점유율 기준 20위권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장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지만 아세안 국가에서 연간 자동차 판매 규모가 100만대로 가장 큰 이 시장의 미래 성장세에 주목해, 향후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에서 전동화 전환에 적극 나서는 점도 현대차그룹이 이 시장에 주목한 이유로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에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전기차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적용중인 2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서 12~15%에 달하는 등록세를 면제 또는 감면받을 수도 있다.

아직 인도네시아 전기차 수요는 작년 기준 1만8000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 2%에 불과하다. 그러나 2030년에는 두자릿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최초 현지 일괄 생산체제를 갖춘 유일한 브랜드로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고용을 창출하면서도 전기차 제품군을 늘리는 등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주변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의 시장 확대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아세안 국가간 체결된 자동차 관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HLI그린파워를 준공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아세안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셀을 만들고 자동차를 생산해 다른 동남아 국가에 전파할 수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아직 배터리 생산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인도네시아의 광물 자원을 잘 활용해 많은 (사업) 확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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