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감세안 다수…일반주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은 부재

박상영 기자 2024. 7. 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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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경제 로드맵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대주주 할증평가 20% 폐지
상속공제 대상도 대폭 확대
지배구조 개선안 ‘전자 주총’
작년 발의돼…새 내용 없어
“부의 대물림 문턱만 낮춰줘”

정부가 3일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최대주주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반면 일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새로운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없이 정부가 ‘부의 대물림’ 문턱만 낮췄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회 유용 금지 등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전자 주주총회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물적분할 시 반대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핵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후 상장, 모회사의 주가가 하락해 일반 주주가 피해 보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그러나 전자 주총과 반대 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은 이미 법무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사의 책임을 구체화하는 내용도 “보완 방안을 지속해 마련하겠다”고만 언급했다.

그동안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지배주주 중심으로 이뤄져 일반 주주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이에 정부 내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번 대책에는 담기지 않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다중대표소송 제기 요건 완화, 편법적 채무보증 근절 등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 과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동안 재계가 꾸준히 요구해왔던 최대주주의 세 부담 경감 방안은 다수 들어갔다. 주식 상속·증여 시 최대주주에 적용되는 할증평가 폐지가 대표적이다. 경제단체는 최대주주에 적용되는 20% 할증평가를 포함하면 주식 상속 시 실질적인 최고세율은 60%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20%의 할증평가는 오히려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22년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이 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0%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은 셈이다.

남양유업 총수 일가는 2021년 한앤컴퍼니에 주당 82만원에 보유 주식을 매각했는데, 당시 주가는 43만9000원에 그쳤다. 홍원식 회장과 총수 일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약 87%에 달한 셈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도 상속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이 존재하는데도 할증평가를 없애는 것은 실질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대폭 확대된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매출 대비 투자나 연구·개발(R&D) 지출을 일정 부분 늘린 자산 10조원 이하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가업상속공제의 도입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교수는 “대상 기업을 모든 중견기업으로 규정한 건 지나치게 범위가 넓은 것”이라며 “이들 기업에도 혜택을 주는 것은 가업상속공제 도입 취지에 맞지도 않다”고 말했다.

배당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추면 세수 부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병진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당을 유도해 증시가 활성화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세수 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 부자 감세 논란이 일 수 있는 만큼 다른 유인책에 비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고려하면 이번 세제 지원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주환원 관련 기업과 주주의 세제 혜택은 모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확대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바꿔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상속세 개편 등을 ‘부자 감세’로 보고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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