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판타지 풍자극' [책이 된 웹소설: 마법대학 신임교수의 연구생활]

김상훈 기자 2024. 7.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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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된 웹소설 넘겨보기
마법대학 신임교수의 연구생활
현실 속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
판타지 속 마법대학이라면
대학원생 개그 속에서 교수와 대학원생은 마치 악덕 사업주와 노예처럼 묘사된다.[사진=펙셀]

'대학원생 개그'는 대학원생들이 겪는 고충이나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인터넷 농담이다. 교수는 대학원생을 포획하는 사냥꾼 내지는 악덕 사업주로, 대학원생은 노예나 죄수같이 묘사하는 일종의 풍자다.

대학원생이 겪는 부당한 대우와 밝지 않은 미래 등에 살을 붙여 탄생한 이 농담은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교수 연구실로 찾아가 모르는 것을 물어봤다는 대학생 글에는 으레 '자진입학을 환영한다'거나 '교수가 예비 대학원생을 포획했다'는 등 댓글이 따라붙는다.

웹소설의 한 장르 '아카데미물'은 대학원생 개그를 곧잘 사용한다. 케오제 작가의 「마법대학 신임교수의 연구생활」은 대학원생 개그를 적극 활용한 작품이다. 대학원생 개그로 이목을 끈 후 작품 매력을 한껏 보여주며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품은 왕국 마법대학에 신임교수로 부임한 주인공 '로저 애트윌'이 대학원생 후보를 두고 투덜거리며 시작한다. 수명이 긴 엘프 '아리엔'이 입학을 희망하자 애트윌은 "시간관념이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하려 든다. 그런 애트윌에게 동료 교수가 말한다. "졸업을 10년쯤 유예해도 크게 불만을 갖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애트윌은 면접 없이 아리엔에게 합격을 통보한다.

대학원생을 '노예'라고 부르고 졸업을 유예할 마음이 가득한 애트윌을 보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작품은 애트윌과 아리엔을 중심으로 실제 대학에서 있을 법한 과정을 거친다. 과제를 수주해 연구를 진행하고 강의를 하거나 세미나 등에 참석해 다른 교수와 교류한다.

이 과정에서 애트윌은 아리엔을 마구 부려먹는다. 수업 준비와 보고서 작성은 물론, 각종 잡무까지 아리엔에게 떠넘긴다. 심지어 보고서 때문에 바쁜 아리엔에게 공부에 참고하라며 논문 여러 편을 건네기도 한다.

"보고서 하나를 또 써야 한다고요? 금요일 전까지?"
"그건 내가 양해를 좀 구했어. 월요일 오전 안에만 주면 된다고 대답을 받아놨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리엔이 느닷없이 괴성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엘프가 이 정도로 격렬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이라 꽤 신선했다. 어쩌면 나는 이 엘프에게 인간의 마음을 가르치는 데에 성공한 게 아닐까?
「마법대학 신임교수의 연구생활」 중

[사진=노벨피아 제공]

이런 애트윌의 모습에 독자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일반 독자들은 애트윌의 '갑질'을 보며 경악하지만 대학원생 독자는 그를 '스승의 날에도 보러 가야 할 착한 교수' 내지는 '상위 1%'라고 호평한다. 기초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신경 써주고 원하는 연구를 하게 해주고 공부에 참고할 논문까지 직접 골라 줄 정도로 대학원생을 '아끼는' 교수라는 이유에서다. 현실 속 대학원생의 사정이 그만큼 열악하단 방증이다.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탄탄한 설정이다. 마법 연구를 풀어내는 상세한 묘사와 수업 내용은 실제 대학 생활을 방불케 한다. 마법 이론과 물리 법칙을 절묘하게 결합한 설정은 독자들에게 현실감과 판타지의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 독자들 사이에서 "강의가 가장 재미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애트윌이 연구를 거듭하며 마법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선 긴장감도 묻어난다.

「마법대학 신임교수의 연구생활」은 대학원 생활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마법과 학문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대학원생의 고충을 간접적으로나마 일반 독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학문과 연구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독특한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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