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36분 격앙’ 신호탄으로…“나를 탄핵하라” 커지는 檢 집단반발

이혜영 기자 2024. 7.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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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부터 평검사까지 일제히 반발…내부망서 민주당 성토
검사들 “총장님 중심으로 맞서자” “수준 낮은 망상” 맹비난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7월2일 대검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당의 현직 검사 탄핵 소추안 발의에 대한 검찰 내 집단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36분 성토'를 시작으로 고위직부터 평검사까지 더불어민주당 탄핵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기소한 검사들을 겨냥한 것은 헌법의 핵심 가치를 무너뜨린 것이라며 "법치가 무너졌다"는 검찰 내부의 탄식이 쏟아진다. 

李 수사·지휘 검사들 분노…"총장님 중심으로 단호히 맞서자"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3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하라"고 맞불을 놨다. 송 고검장은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송 고검장은 "헌법재판을 통해 민주당의 검사탄핵이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 탄핵에 명백히 해당됨을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겠다"며 "그 과정을 통해 헌법의 핵심적인 가치인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한 수사·재판의 가치를 지켜내겠다"고 자신했다. 

헌법재판소에서 검사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의 '보복적 행위'가 반헌법적이며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7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프로스에는 이날 현직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민주당의 검사 탄핵 소추안 발의를 성토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대검찰청이 이 총장의 기자회견 발언 요지와 질의응답을 정리해 올린 게시글을 확인한 검사들은 댓글로 대검 입장문을 옹호하며 야당의 폭주를 막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이날 오후 7시30분까지 기준 2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전 대표 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댓글을 달고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 잡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지검장은 이어 "우리나라의 법치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 몰랐다"며 "실무를 모르는 정치인들의 실질 없는 맹탕 제도 개악으로 인해 매일 검사실에서 기록 더미에 묻혀 씨름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을 맡아 온 김유철 수원지검장도 민주당을 직격했다. 김 지검장은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총장께서 명징하게 밝혀주신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며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박영진 전주지검장도 '입법 폭력'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박 지검장은 현재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 중이다. 그는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부패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잡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입법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지낸 박기동 대구지검장은 "억지 탄핵으로 아무리 그물을 찢으려 해도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는 없다"며 "우리 모두 함께 총장님을 중심으로 법치파괴에 단호히 맞서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때"라고 썼다. 

이진동 대구고검장은 "본 탄핵이 헌법에 반하고 불법이라는 점은 명확하다"며 "폭거로 어려움에 처한 검사님들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적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게양된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치주의·민주주의 뿌리째 흔들어" "역경의 서막"

이프로스 게시글을 통한 비판도 이어졌다.

서울북부지검 인권보호관 및 부장검사들은 내부망에 별도 입장문을 올려 "맡은 바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 소추의 대상으로 삼아 직무를 정지시킨다면 검사들은 권력자의 입김에서 벗어나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다는 신념을 온전히 지키기 어렵게 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된다"며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라는 형사사법제도의 근본을 훼손하는 것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일궈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므로 즉각 거두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북부지검에는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 4명 중 1명인 김영철 차장검사가 근무 중이다. 

광주고검 박철완 검사는 "이번 검사 탄핵 시도는 검찰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다가올 역경 시리즈의 서막"이라며 "검사들이 결코 동료들이 부당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말로만 힘이 돼 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민아 천안지청 차장검사는 "탄핵소추안 자체가 수준 낮은 '망상'"이라며 "이 탄핵 절차가 대한민국 역사의 치명적 오류로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전날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와 김영철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의 형사사건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원석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사 탄핵안 발의를 규탄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총장은 36분간 대검 간부들이 도열한 상태에서 마이크를 잡고 "부당 탄핵"이라며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인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사법부의 역할을 빼앗아 와 재판을 직접 다시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총장은 이번 탄핵안에 대해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 5가지 사유를 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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