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방부 검찰단의 기록 회수는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기자 2024. 7. 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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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검찰단은 2023년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임성근 사단장 등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사건기록을 회수했다. 검찰단은 정당한 권한과 법적 근거를 갖고 사건기록을 회수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방부 검찰단이 채 상병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기록을 회수했다면 명백한 월권행위다. 검찰단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나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고 따라서 기록을 회수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국방부 검찰단이 박정훈 대령의 항명죄를 수사하기 위해 기록을 회수했다고 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항명죄의 증거로서 기록을 회수했다고 진술했고, 국방부도 기록 회수의 법적 근거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군사법원법 제231조를 언급한 바 있다. 동법 제231조 제2항은 “수사를 할 때에는 관공서나 그 밖의 공사단체에 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조회하여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 기록 이첩 사실을 조회하여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해당 조항은 이첩된 기록을 통째로 가져올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

셋째, 항명죄의 증거 확보로서 기록 회수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해당 사건기록 자체는 군형법 제44조 항명죄의 증명에 반드시 필요한 증거물이 아니다. 박정훈 대령의 사건 이첩은 법령에 따라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방법으로 행해졌다. 국방부 검찰단이 입증하려는 항명행위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보낸 공문, 기록을 이첩한 수사관들의 진술, 경북경찰청에 있는 해당 기록의 현장사진 등을 확보하면 충분하였다. 항명죄 수사에 해당 사건기록의 내용이 필요하다면 그 기록을 복사해 오면 될 일이었다. 만약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에 잘못된 점을 파악할 목적 또는 법리와 관련해 다른 의견을 개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더라도 기록을 복사한 다음 사본을 바탕으로 추가적으로 검토해 그 결과를 추송해야 하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한 임성근 사단장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수사기록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수사권이 있는 경북경찰청의 수중에 있어야 했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보면 국방부가 이 사건기록 원본을 통째로 회수한 목적은 사건기록에 편철되어 있는 피의자들의 혐의사실 및 관련 증거 등을 변경하기 위한 것과 경북경찰청에 일정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목적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국방부는 임성근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감추기 위해 이 사건기록을 위법하게 회수했고 직권을 남용해 경북경찰청의 정당한 수사권한을 침해하고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중대한 국기문란 사건으로서 특검을 도입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연 박정훈 대령의 행위는 군형법의 항명죄에 해당하는가? 군형법의 항명죄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아니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상관의 명령이 정당하지 않다면 복종의무가 없다. 2021년 군사법원법의 개정으로 군 내 사망사고에 대한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갔고, 관련 대통령령은 해당 사건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경찰에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방부훈령인 ‘군사경찰범죄수사규칙’ 제21조에 의하면 수사 결과의 이첩에 관해서는 해병대의 군사경찰부대·수사부대의 장인 박정훈 대령이 최종 결재권자다. 해병대 수사단은 초동수사 결과 채 상병의 사망 원인이 부대 지휘관의 범죄(업무상과실치사)로 인한 것임을 확인한 후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해당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것이다. 따라서 이첩을 보류하라는 군 지휘관의 명령은 위법한 것이고 정당한 명령이 될 수 없다. 박정훈 대령은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고 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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