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빈혈 부른다...100세인들이 현미밥 안 먹는 이유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2024. 7. 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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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학자 박상철의 노화혁명]
현미밥

최근 비만과 당뇨가 증가하면서 식이요법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 배경 속에서 주식으로 현미밥이 건강에 좋고, 흰 쌀밥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돼 있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간 수백 명에 이르는 장수인들을 인터뷰하여 식습관과 식단을 조사했는데, 그들의 식탁에 현미밥은 전혀 없었다. 이구동성으로 “맛없는 현미밥을 왜 먹느냐?”고 불평하였고, 단연코 흰쌀밥을 선호하였다.

아무리 흰쌀밥에 불고기가 우리 조상들이 선망했던 식단이었다지만, 백세인이 현미밥을 선호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흰쌀밥과 현미밥 간에는 식물에 형성된 유기화합물 피토케미칼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현미에 피틴산(Phytate) 함량이 높다.

피틴산은 화학 구조에 인산염이 여섯 개나 붙어 있어 강한 음전하를 띠어, 양전하 물질들을 흡착하여 제거해버리는 성질이 있다. 그 결과, 전분이나 단백질의 소화 흡수를 저하시켜 혈당을 조절하고, 비만 억제를 유도한다. 유해산소 발생도 억제하여 암이나 퇴행성 변화 제어에 기여하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피틴산은 칼슘이나 철분을 강하게 흡착하여 제거하기 때문에 노인에게 큰 문제가 되는 근감소증, 골다공증 및 빈혈을 유도할 수 있다.

따라서 노인에게는 현미밥을 권장할 수 없다. 굳이 현미밥을 섭취하려면 양을 크게 줄이거나 피틴산 저하 조리법을 활용하거나 칼슘을 보충해주는 식단을 구성하여야 한다. 젊을 때는 현미, 나이 들면 백미가 낫지 싶다. 백세인들이 현미밥을 선호하지 않고 그들의 식탁에는 으레 칼슘 함량이 높은 멸치볶음과 같은 반찬이 놓여있는 것을 보면서 장수인들의 생활 지혜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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