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년 전 그린 ‘신숙주 초상’ 국보 된다
조선 후기 학자 ‘권상화 초상’·‘유설경학대장’ 등 4건은 ‘보물’로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역할을 하는 등 조선 초기 학자이자 관료로 업적을 남긴 신숙주(1417~1375) 초상화가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또 조선 후기의 학자 ‘권상하의 초상’, 불상, 전적 등 4건은 보물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신숙주 초상’을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권상하 초상’과 ‘유설경학대장’,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 4건은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신숙주 초상’은 1455년(세조 1)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으로 책봉될 때 그 포상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공신초상이자 조선 초기의 공신초상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의 사당인 청주의 구봉영당에 봉안돼 전해오고 있다. 초상화에서 신숙주는 꿩의 일종인 백한이 그려진 흉배의 녹색 관복을 입고, 허리에는 은으로 장식된 허리띠인 삽은대를 두르고 있다. 이는 당시 문관 3품에 해당하는 복식이다.
얼굴 표현에서는 전체적으로 음영처리를 했으며, 눈두덩과 팔자주름·뺨 부분은 번짐효과가 나타나는 선염기법을 통해 은은하게 표현됐다. 국가유산청은 “제작 당시의 원형을 비교적 충실하게 보전하고 있어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높고, 신숙주라는 인물을 묘사한 점에서 역사적 가치도 있다”고 밝혔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권상하 초상’(의림지 역사박물관 소장)은 우암 송시열 학문의 정통 계승자로 평가되는 권상하(1641~1721)의 초상화다. 300년 넘게 제천의 사당인 황강영당에 봉안돼왔다. 화면 윗부분에 ‘한수옹(권상하) 79세 진영’이라고 적혀 있어 초상화의 주인공이 권상하이며 79세 때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유설경학대장(類說經學隊仗·성균관대 존경각 소장)’은 조선시대 경학의 내용을 종목별로 기록한 유학서이자 과거시험에 출제될 148항목의 내용을 요점 정리한 책이다. 원래 중국 명나라 주경원이 편찬했으며 3권으로 구성됐다.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은 1654년(효종 5) 완성돼 불갑사 명부전에 봉안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제작 당시의 완전한 형태 그대로 전해져 조선 후기 불교 신앙과 조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밝혔다.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은 “금동불에서 철불로 전환되는 시점에 제작된 비교적 이른 시기의 철불상으로 보인다”며 “무릎 부분이 없어지기는 했으나 신라 말 고려 초의 조형성과 예술성을 갖춘 완성도 높은 불상”이라고 평가했다. 지정 예고된 유물들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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