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도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차 한잔 나누며]
한때 수도회 사제로 比서 활동
코로나 때 韓 입국 뒤 ‘제 2의 삶’
의료, 이주노동자에 가혹한 현실
건보 미적용 땐 병원비 부담 커
“헌법 10조 ‘국민’은 불합리” 지적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주의를 넘어선 상호문화주의 마음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조금 더 사랑과 관심을 베풀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관심도 없었던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주민센터장으로서 그의 주된 업무는 제보 받은 이주노동자들의 불평등·불합리한 행정·의료·교육·문화 등의 사례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특히 의료서비스의 경우 이주노동자들에게 가장 가혹한 현실의 벽이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된 이주노동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건강보험 미적용 이주노동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윤 신부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베트남 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미등록 외국인으로, 다시 말해 불법체류자였다. 그런데 이들 부부에게 갓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고 한다. 출산 당시 산부인과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아기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했다. 부모 억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데 ‘마지막 희망’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윤 신부를 찾아왔던 것이다.
윤 신부가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병원 측의 대응이 너무나 아쉬웠다고 했다. 이대로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아이의 미래가 불 보듯 뻔했다. 윤 신부는 부부를 설득한 뒤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치료 가능한 병원은 찾았지만 또 다른 난관이 닥쳤다. 어마어마한 병원비였다. 윤 신부가 병원 측에 부부의 딱한 사정을 설명하자 병원 측이 상당수 치료비를 지원했다.
윤 신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수가 적용 시 비용이 엄청나서 이주노동자들에겐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경우 각 병원과 수가 조정 등을 통해 협의해 이주노동자들의 생명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데 애를 쓰고 있는데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 탓에 그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대한민국 헌법 10조의 불합리성을 지적한다. 국민이 아닌 이주노동자는 우리나라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닐 수 없는 것인지 그는 되묻는다. 모든 ‘국민’이 아닌 모든 ‘인간’이 존엄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윤 신부는 결국 이 문제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으로 이어지는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줄어들면 결국에는 그 피해는 우리나라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게 된다”며 “이는 앞서 언급했던 우리나라 헌법 10조의 제한적인 의미의 ‘국민’과도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윤 신부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다문화주의가 아닌 ‘상호문화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가 말하는 ‘이주민과 함께하는 세상’은 첫 번째 단계로 동화주의, 두 번째 단계로 다문화주의, 이를 넘어선 마지막 단계로 상호문화주의다.
윤 신부는 “다문화주의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의 사람들의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면, 서로의 문화가 만나 서로의 다름에 대해 인정하며 서로 나누고 경청해 더욱 풍성해지는 단계가 상호문화주의”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더 이상 시혜 또는 동화 대상으로 여길 게 아니라 인구절벽 시대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할 단계로 거듭나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창원=글·사진 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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