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리 인상… 비상 걸린 가계대출 조인다

박미영 2024. 7. 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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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적극적 관리 주문
5대 은행 증가폭 2년11개월 만에 최대
KB 등 주담대 금리 올려 대출 속도조절
금감원은 17개 은행 부행장 일제 소집
“연초 설정 경영목표 내 대출 취급” 당부
15일부터 은행권 현장점검 나서기로
일각 “DSR 규제 연기가 부채질” 지적도

은행권 가계대출이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총량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시중은행은 잇달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올려 속도 조절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도 은행권을 소집해 적극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이달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차 규제를 2개월 연기하는 바람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고정형 금리를 기존 연 3.00∼4.40%에서 3.13∼4.53%로, 변동형 금리를 3.65∼5.05%에서 3.78∼5.18%로 각각 0.13%포인트씩 올렸다.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하기 위한 금리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가계 대상 주담대의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0%포인트 축소했다. 이에 따라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지난달 말 3.183~3.583%에서 이날 3.337~3.737%로 올랐다. 하나은행도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리스크 관리에 선제로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 인상에 속속 나선 이유는 가계대출이 최근 급증한 탓이다. 부동산 시장 회복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대출 금리 하락으로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3415억원이나 불어났다. 증가 규모로 보면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11개월 만의 최대폭이다.

금감원은 최근 1∼2주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 은행권에 총량 관리를 당부하는 한편 현장점검에도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을 90%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금감원에 따르면 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3.5%에서 상승 중이다.
금감원은 이날 이준수 부원장 주재로 17개 주요 은행 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권은 최근 일부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말고 연초 설정한 자체 경영목표 범위(정책대출 제외 연간 2∼3% 증가)에서 가계대출이 취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담보 가치에 의존하기보다 내실 있는 DSR 등을 통해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릴 수 있도록 차주의 상환능력을 엄정하게 심사하는 관행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당장 15일부터 다음달까지 은행권 가계부채 현장점검에 나서 DSR 및 스트레스 DSR 규제 이행의 적정성과 자체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 및 관리 실태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상승분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적용,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지난 2월부터 1단계로 은행권 주담대를 대상으로 전체 스트레스 금리의 0.38% 수준으로 적용됐었다. 당초 금융당국은 2단계로 하반기부터 0.75%로 늘려 대출 한도를 더 줄일 예정이었으나, 서민과 자영업자 상황을 고려한다며 적용 시점을 9월로 연기했다. 적용 대상도 은행권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담대까지 넓힐 예정이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DSR을 100% 온전히 반영하는 3단계 적용 시점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뤄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스트레스 DSR 확대를 연기한 금융당국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가계대출 확대를 더욱 부추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에서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연기로 금융 완화 시그널을 줬다가 이제 다시 (금리 인상으로) 조절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뒤늦게라도 조절에 나서는 게 낫겠지만 애초부터 (대출 규제를) 일관성 있게 가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영·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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