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바이든의 나이

강필희 기자 2024. 7. 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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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맞수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1984년 당시까지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73세 로널드 레이건이 재선에 도전하자, 50대였던 상대 후보는 그의 나이를 계속 물고 늘어졌다.

글자 그대로의 풀이는 '절반의 나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젊게 보이려고 가볍게 뛰거나 계단 오르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빈도로 휘청이거나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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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맞수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1984년 당시까지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73세 로널드 레이건이 재선에 도전하자, 50대였던 상대 후보는 그의 나이를 계속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레이건은 이 멋진 응수로 승기를 잡는데 성공한다. 문제는 백악관을 떠난 다음 불거졌다. 퇴임 5년 후 알츠하이머 투병을 스스로 공개했는데, 그가 사망하자 “재임 3년차에 이미 발병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된 것이다. 이를 공개한 사람이 레이건의 막내아들이어서 신빙성은 컸다. 사실이라면 핵 버튼 작동 권한을 쥔 사람이 인지장애를 안고 있었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적지 않았다.


81세의 별칭은 ‘망구(望九)’다. 90세를 바라보는 나이라는 뜻이다. 81세는 ‘반수(半壽)’라고도 한다. ‘반(半)’의 획을 분해하면 ‘팔(八)’ ‘십(十)’ ‘일(一)’이 되는 데서 유래했다. 글자 그대로의 풀이는 ‘절반의 나이’다. 인간 수명을 160세로 본다면 겨우 절반을 살았다는 덕담인 셈이다. 160세는 과장이 심했다 쳐도, 몇년 전부터 ‘100세 인생’이라는 말이 ‘110세 인생’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재선을 노리는 81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령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선 TV 토론회가 기폭제였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 격렬하게 주장을 펼쳐야 할 대목에서 머뭇거리기 일쑤였고, 가끔 상대를 바라보는 멍한 표정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젊게 보이려고 가볍게 뛰거나 계단 오르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빈도로 휘청이거나 넘어졌다. 잦은 말 실수 탓에 인지력 저하 의혹까지 제기되던 마당에 토론회 사건이 터져 의심은 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후보 교체론까지 분출한다.

바이든 경쟁자인 트럼프는 78세로 두 사람 나이차는 고작 3살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노인이라는 느낌이 덜하다. 일단 덩치가 크고 말투가 거칠어 마초적일지언정 노쇠하다는 인상은 주지 않는다. 실제로 피부를 검게 그을려 건강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신체 나이는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관리하고 포장하느냐에 따라 대중에게는 달리 각인된다. 고령은 리스크이나 경륜은 장점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처럼 90세가 넘어서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성과를 낸 지도자가 많다. 어쩌면 바이든의 문제는 생물학적 나이보다 개인차가 확연한 건강나이에 있는지 모른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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