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포커스] 지도자들도 등 돌렸는데…정몽규 회장의 '마이웨이'는 언제까지?
[STN뉴스] 이상완 기자 = "정몽규 회장이 향후 축구협회를 이끌어갈 수장의 자격이 있는지 심한 우려와 희의를 느끼고 있다."
초·중·고·대학·프로축구 지도자로 구성된 한국축구지도자협회(이하 지도자협회)가 1일 성명을 내고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을 직격했다.
지도자협회는 "정해성 KFA 전력강화위원장의 사의 전달은 사실상 경질한 것"이라며 "정 회장이 원하는 감독을 내정해 두었으나, 전력강화위원회가 정 회장의 의중과 다른 감독을 추천하자 정 위원장과 전력강화위원회가 부담스러워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 축구는 올해 초 카타르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해 64년만의 우승컵을 기대했으나 졸전 끝에 8강 탈락으로 위기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대회 기간 내 선수들 간의 불화 등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실망감은 증폭됐고, 야심차게 선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능력 '제로'의 A대표팀 운영과 '농락'에 가까운 행동으로 부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수십억 원 연봉만 챙겨 떠나자 비난 여론은 극에 달했다.
더해 4월에는 황선홍 감독이 이끌던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마저 실패하면서 협회의 운영 방식에 의구심을 키웠다.
이후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고 정상화하겠다는 협회는 지난 3월과 6월에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각각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김도훈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기는 등 땜질식 운영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A대표팀 감독 선임을 진두지휘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함에 있어 석연치 않다는 시선도 강하게 대두됐다. 지도자협회는 이를 두고 정 회장이 주먹구구식으로 협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과 위원회가 적은 협회 예산에 맞춰 적합한 국내외 감독들을 접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소임을 다했음에도 정 회장이 불신했다고도 했다.
지도자협회는 "정 회장이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실질적이고 공식적 최종 결정권자라는 것은 삼척동자는 다 아는 사실"이라며 "협회의 고질적 악습이었던 학연, 지연, 인맥 등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요인을 근절하고 시스템에 의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취지였으나 정작 회장 본인은 실력, 평판과 상관없이 인맥과 친분을 활용해 선임해도 된다는 기이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의 위선적 행태를 지적한 지도자협회는 결단을 촉구했다.
지도자협회는 "정 회장은 더 이상 험한 일에만 축구인들을 들러리 세우고 성과와 치적을 내세울 때만 나서는 리더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면서 "2013년 취임 후 국면이 불리하면 축구인 출신을 온갖 비난 여론에 내세워 방패막이로 삼고, 국면이 조금 유리해지면 험지에서 일하던 축구인 위원장 및 위원들의 노고를 내팽개치는 행태에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한국축구지도자협회 성명서
1. 정몽규 회장은 유명 축구지도자 및 축구인을 더 이상 이용하지 말라.
-정몽규 회장은 지난 4개월간의 감독선임 경과와 2013년 취임 후 국면이 불리하면 축구인 출신을 온갖 비난 여론에 내세워 방패막이로 삼고, 국면이 조금 유리해지면 험지에서 일하던 축구인 위원장 및 위원들의 노고를 내팽개치는 행태를 보였다. 이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2.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사유화하거나 농단하지 말라
- '전력강화위원회', '외국인 감독' 등이 주요 키워드로 대두되는 것은 그간 대한축구협회 행정의 고질적 악습이었던 학연, 지연, 인맥 등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요인을 근절하고 시스템에 의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주된 취지였다. 그러나 정작 회장 본인은 감독이 외국인이면 실력과 인성 그리고 평판과 상관없이 인맥과 친분을 활용하여 선임하여도 된다는 기이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임 클린스만 감독 내정 때를 돌아보면 협회 전략강화위원회는 유명무실했고 회장과의 친분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것은 클린스만 감독 본인이 스스로 진술한 바 있다.
- 지금까지 드러난 이번 대표팀 선임과정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즉,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매우 공정한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것으로 포장하였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또한 정몽규 회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협회를 운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는 협회 내 시스템이 얼마나 자주, 누구에 의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즉, 2013년 정몽규 회장이 처음 취임한 때에는 그 업무가 기술위원회 소관이었다. 이어 그는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위원장-김판곤)를 만들었고, 다시 전력강화위원회(위원장-마이클 뮐러 → 정해성)를 만들고 이어 이제는 그 임무를 다시 기술위원회(위원장 및 총괄이사- 이임생)로 넘겨버렸다. 같은 업무를 관장하는 위원회를 협회 내에서 이렇게 자주 바꾸는 것은 모두 정회장이 재임한 그의 임기 중에 이루어지고 잇다.
역대 어떤 회장이 동일 성격의 업무를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따라 이렇게 자주 바꾼 적이 있었던가?
3. 정몽규 회장은 축구인들의 명예를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
- 클리스만 감독 경질 이후 대표팀 감독 선임 및 일시적 임시감독 체제로 운영 등 전임 전력강화위원회가 비록 몇 가지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위원장 및 분과 위원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찾으려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지난 20일 대한축구협회 이임생 이사는 '한국축구 기술철학 발표회'를 열었다. 협회는 2022년 중반 협회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공론화됐다고 하면서 결코 이번에 선임될 대표팀 감독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기술 철학을 왜 전임 클린스만 감독과는 공유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하필 이 시점에 발표하고 그 해당 분과 위원장이 때맞추어 전력강화위원장을 밀어내고 그 임무를 대신하는지 상식적인 한국 국민이라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회장 본인의 입맛에 맞는 감독이 올라오지 않자 이 업무를 전력강화위원회로부터 거의 해체 수준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두 달이나 늦게 임명된 이임생 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총괄이사로 임명하고 그 업무를 다른 위원회에 모두 넘겨 버렸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그간 불리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해온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은 느꼈을 심한 모멸감과 자괴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이런 식으로 축구인들을 쓰고, 버리고, 나아가 모욕하는 일을 더 이상 삼가기를 촉구한다.
4. 끝으로 축구인들을 들러리 세우거나 본인의 4선 연임을 위한 도구로 축구인들을 활용하지 말라.
- 한국축구지도자협회와 축구인들은 전력강화위원회에 권한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전력강화위원회가 후보를 압축하면 정작 위원장은 협상장에 참석도 못 한 채 협상하는 협회 직원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무릇 협상을 하려면 권한과 책임을 주고 뒷받침하여야 한다. 낮은 연봉을 제시하고 높은 수준의 감독을 데려오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몽규 회장은 더 이상 험한 일에만 축구인들을 들러리 세우고 성과와 치적을 내세울 때만 나서는 리더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
- 따라서 우리 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회장이 향후 축구협회를 이끌어갈 수장의 자격이 있는지 우리 축구인들과 더불어 심한 우려와 회의를 느끼고 있다.
STN뉴스=이상완 기자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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