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자 감세가 서민 살리고 역동경제라는 정부의 오판
정부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속세·배당소득세·법인세 개편에 나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도 내놨다. 주주환원을 늘려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경제 활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부분 재계의 민원이고 ‘부자 감세’ 논란을 부른 사항이다. 정부가 서민·중산층 시대를 구현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대주주와 투자자에게 세금을 깎아준다고 서민 경제가 활성화한다는 건 ‘주술’에 불과하다. 올해 세수 펑크가 확실한데도 감세를 정책 핵심으로 떠받드는 경직성도 도를 넘었다.
정부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 증가분의 5%를 법인세에서 깎아준다.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 시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주식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는 최대주주 할증도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수·합병 때 경영권 프리미엄은 20% 넘게 평가되는 일도 많다. 실존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지 않는 건 실질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 반면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대책은 재탕에 불과했고,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은 빠졌다.
윤 대통령은 “기업 가치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더 많은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고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개인도 그 과실을 같이 누릴 수 있다는 ‘낙수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투자할 돈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생계를 잇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 1분기 중산층 가구 다섯 중 하나는 ‘적자 살림’을 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고물가·고금리로 써야 할 돈이 늘어난 것이다. 장사를 접고 싶은 자영업자가 부지기수지만, 결심 후 실제 폐업까지 1년이 걸린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번 대책에 소상공인을 위한 원리금 부담 경감·폐업지원금 확대 등이 뒤늦게 포함됐지만, 그 수혜 폭과 실효성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4%포인트 높여 2.6%로 전망했다. 그러나 서민들은 그 온기를 느낄 수 없고 집값 상승 기미로 미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부의 대물림’ 문턱을 낮추는 부자 감세는 계층 간 양극화만 부추길 뿐이다. 여야가 서민경제에 활력을 되살리는 대책을 더 과감히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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