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펜 잡았다”…이경선 제43회 한국수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이나경 기자 2024. 7. 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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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학 장르 중 특히 수필은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열린 제43회 한국수필문학상에서 이경선 수필가가 그의 세번째 수필집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6년 '한국문인' 등단 후 그는 수원문인협회 등에서 20여 년간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수필 올해의 작가상, 경기도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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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0일 제43회 한국수필문학상 시상식에서 이경선 수필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수원을 기반으로 한 경기도 지역에서 20여년간 수필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사)한국수필가협회 제공

 

“생신을 며칠 앞둔 새벽에 구슬프게 울리는 전화 벨소리는 무엇을 말할 건지 직감하게 했다. 강물에 맥없이 떠다니는 빈병처럼 헛헛한 가슴으로 멈춰버린 시계.(중략) 엄마의 삶은 굳게 닫혔다.”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 中)

다양한 문학 장르 중 특히 수필은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화려한 수식어구나 꾸며낸 이야기로 가릴 수 없는 적나라하면서도 오롯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수필 한 편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으면서도 평범한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글, 얼핏 가장 쉬워 보이는 장르인 듯하면서도 사실을 가장 까다로울 수 있는 분야가 수필이라고 한다.

지난달 열린 제43회 한국수필문학상에서 이경선 수필가가 그의 세번째 수필집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국내 수필계 가장 권위 있는 상을 그가 수상했다는 소식에 수원을 비롯한 경기지역 문단계 거장들도 한달음에 모여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왼쪽부터) ①지난 6월 제43회 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한 이경선 수필가의 당선작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 ②이경선 한국수필문학상 수상자. 본인 제공

“수필 한편 한편이 저마다의 깊이를 보이며 아프게 사고와 사유를 불러낸다. 간파하기 쉬운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며 무엇이 참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최원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은 그의 글에 관해 이러한 심사평을 남겼다. 이경선 수필가에게 영광을 가져다준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은 ‘저물어 가는 그곳’은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담아냈다. ‘내게도 다가올 깊은 응달의 시간’으로 마무리되는 그 글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며 이 시대 대부분이 경험하는 죄스러움이 하소연하듯 이어진다.

그는 “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결핵을 앓았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매일 스프링 노트 한 권을 다 채울 정도로 글을 썼다. 그렇게 써내려가면 마음 속 응어리가 풀어지고 삶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수십 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던 그는 자녀들이 초등학생이 되던 1990년대 후반 다시 문학의 길에 발을 디뎠다. 천리안 PC통신 시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문학카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2006년 ‘한국문인’ 등단 후 그는 수원문인협회 등에서 20여 년간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수필 올해의 작가상, 경기도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이 범람하는 시대, 좋은 수필의 비결을 묻자 그는 ‘객관성’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일기와 다른 점은 자신의 경험과 제3의 이야기 혹은 사회적 메시지를 연결시켜 기승전결이 담긴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수상 이후 이경선 수필가는 “책임감을 갖고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수필에는 온전히 작가의 삶이 녹아나기에 좋은 수필의 선행에는 좋은 삶을 살아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좋은 삶을 통해 좋은 글을 계속 써내려 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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