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한미일 동맹’과 ‘한일 동맹’
동맹은 구속력 있는 조약·협정 등을 통해 군사적 협력을 하는 국가 간 관계를 의미한다. 안보 및 경제적 이해가 일치하고 오랜 협력과 신뢰의 기반 위에서야 가능하다. 영토분쟁이 있거나, 과거의 일로 국민들 사이에 적대감이 내재한다면 동맹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다.
때아닌 ‘동맹’ 논란이 국회를 잠시 멈춰 세웠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대정부질문 도중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본은 독도에 영토적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동맹한다는 것이냐”고 비난한 게 발단이다. ‘정신 나간’ 표현에 여당은 격앙했고, 안 그래도 화약 냄새 가득한 22대 국회는 첫 대정부질문부터 파행을 겪었다. 국민의힘은 “한·미·일 동맹에서 미는 쏙 빼고 한·일 동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하면서도 ‘한·미·일 동맹’ 표현에 대해선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피해갔다. 한·일 사이 ‘동맹’은 이처럼 금기어다.
한·일은 미국을 축으로 안보협력을 하고 있고, 정치·경제·문화 다방면에서 교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이 한때 적성국이던 중국·러시아·베트남과도 맺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조차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따른 수교 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동맹 혼선은 미국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미, 미·일 동맹 동맹국들끼리도 강하게 연결되는 ‘격자형 동맹’을 추구하면서 심화했다. 그 결과물이 2023년 8월 미국을 매개로 한 한·일 준군사동맹 논란을 부른 한·미·일 3국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이다. 3국 간 군사정보 공유와 정례 훈련이 포함되고 ‘3국 안보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으니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일은 다방면에서 협력하지만 아직 불신이 크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한반도 지정학에서 전략적 목표가 일치하는지도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한·미·일 동맹이 보수진영에서 소환되는 건 국내 정치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자유주의 동맹’과 같은 정치적 수사의 연장선이다. 그래서 묻게 되는 게 현실적이고 유연한 국익 외교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충분히 균형적인가 하는 것이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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