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으로 변신한 이제훈 “탈북한 동생에게 사투리도 배웠죠”

이원 기자 2024. 7. 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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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탈주’

- 남으로 탈주하는 병사 역 맡아
- 물도 참을 만큼 극한 신체관리
- “미친듯 달리다 무릎인대 손상
- 지금도 계단 내려오면 아파요”

- “원했던 구교환과 촬영 신났다
- 선악 모호한 인물 연기하고파”

최근 드라마 ‘수사반장 1958’, ‘모범택시’ 시리즈로 안방 시청자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던 이제훈이 ‘도굴’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하기에 그만큼 신중하게 선택한 영화는 바로 ‘탈주’(개봉 3일)로,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 남한으로 넘어오려는 북한 병사 역을 맡았다.

영화 ‘탈주’에서 북한 최전방 부대 말년 중사 규남을 연기한 이제훈. 그는 마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극단의 식단관리를 했고, 지뢰밭을 가로지르며 쏟아지는 총알도, 죽음의 위협도 뚫고 직진하는 규남의 질주를 몸 사리지 않고 연기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결과물을 큰 스크린으로 좋은 사운드와 함께 보니까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된다고 느꼈다”며 “개봉 후에 무대인사를 많이 다니며 관객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설렘을 표현했다.

‘탈주’는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말년 중사 규남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남으로 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과 목숨 건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제훈은 자기 미래를 위해 지뢰밭을 가로지르며 쏟아지는 총알을 뚫고 질주하는 규남 역을 맡아 말 그대로 몸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면 관객이 ‘굉장히 영화 잘 봤다’ 하고 웃으면서 극장을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한번 잘 만들어 보자는 목표 의식이 분명하게 생겼다”고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점을 밝혔다. 이어 이종필 감독과 사전에 나눈 이야기도 곁들였다. 그는 “규남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장애물을 하나하나 극복하며 질주하는 것을 관객이 응원하면서 볼 수 있도록 만들자고 이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목표를 위해 감독, 스태프, 배우들이 정말 정성 들여 만들었다”고 했다.

‘탈주’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이제훈은 엄청나게 노력했다. 북한 사투리를 최근 탈북한 20대 동생이 가르쳐줬는데, 함흥에서 태어나서 황해도에서 군 생활을 하고 DMZ를 통해 탈북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짜 북한 병사 규남이 되기로 했다. 이제훈은 “목숨을 걸었던 그 친구에게 공감을 주고 싶었다. 먼저 규남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힘들고,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저 또한 극단적인 식단 조절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액션을 하다 보니 머리가 핑핑 돌기도 했다”고 극한으로 자신을 몰아붙인 상황을 떠올렸다.

관객이 배우 이제훈이 아니라 점점 말라가는 북한 병사 규남을 보길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탄수화물은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위한 소량만 섭취했다. 물을 마실 때조차 실제 규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하며 절제했다.

힘들게 신체 관리를 하는 가운데 어려운 액션 장면도 해야 했다. 추격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 포복하고 총알 사이를 질주했다. 이제훈은 “제가 뛰는 장면을 앞에 차량에 카메라를 매달고 촬영했다. 그 차를 안 따라가면 여기서 죽는다고 생각하고 미친 듯 뛰었다. 나름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탈주’를 촬영하며 진짜 지쳐 쓰러지게 되더라. 촬영을 마친 후 무릎 인대에 문제가 생겨 지금도 계단을 오래 내려오면 아프다”는 안타까운 후일담을 전했다.

“스스로를 그렇게 갈아 넣지 않으면 규남이라는 인물을 진실되게 표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극한으로 몰아붙였다”고 말할 때는 비장감마저 들었다.

액션 중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도망치다 늪에 빠지는 상황을 꼽았다. 이제훈은 “늪에 점점 가라앉는 것을 실감 나게 표현해야 했다. ‘이 물을 다 마시면 여기서 죽겠구나’라는 상상을 하며 잠겨 있었는데, 머리가 다 잠겨 있을 때는 공포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엄청나게 많은 미숫가루를 써서 만든 늪이었는데, 고소한 맛이었지만 그 안에 잠겨 있을 때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탈주한 북한 병사 규남과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 ‘탈주’.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탈주’는 이제훈이 함께 하고 싶었던 구교환과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과거 한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제훈은 남우조연상 후보 구교환에게 손하트를 보내며 “함께 작품 하고 싶다”고 공개 러브콜을 보냈고, 구교환 역시 손하트로 화답했는데 두 사람의 만남이 ‘탈주’를 통해서 이뤄진 것이다.

자신을 끈질기게 추격하는 보위부 소좌 현상 역을 맡아 기존에 볼 수 없던 북한 군인 캐릭터를 연기한 구교환에 대해 “매력이 너무나 큰 사람이라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고, 진짜로 같이 하게 돼 신났다”며 “저보다 형인데 아기같이 순수하고, 상상력이 풍부해 유니크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대단한 배우다”라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이제훈은 최근에는 정의감이 있거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을 주로 연기하고 있다. 그는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런 역할이 또 오더라도 주저 없이 선택할 것이다”며 “그런데 선도 악도 아닌 어떤 모호한 지점에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에도 굉장한 매력을 느낀다. 그런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가 있으면 무척 좋겠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또 다른 이제훈을 발견하는 재미를 관객분들께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제 가치관을 바꾸기도 했다. 자아 형성이나 삶의 지침이 된 작품들도 있다. 관객분들도 좋은 작품을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면 좋겠다”고 ‘탈주’를 포함해서 더 많은 영화를 극장에서 봐주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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