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7전8기' 실패… 제4이통 딜레마

파이낸셜뉴스 2024. 7. 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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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지난 2010년부터 총 8차례 진행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사실상 좌초되면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과거의 실패 사례를 경험 삼아 제4이통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고 파격적인 지원책까지 내놨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허탈하다. 정부가 올해 1월 5세대(5G) 이동통신 28㎓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4301억원을 써낸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을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으로 선정할 때만 해도 '7전8기' 끝에 제4이통 탄생이 임박한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정식 이동통신사로 출범을 눈앞에 두고 5월부터 삐걱거리면서 과거의 악몽이 되풀이됐다. 이번에도 '재무건전성', 즉 자금조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테이지엑스가 당초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적시한 자본금 2050억원이 필요서류 제출 시점인 5월 7일까지 납입 완료돼야 한다는 점을 필수요건으로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자본금이 1억원으로 기재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제4이통 후보자격을 취소키로 결정하고 청문 결과만 남아있는 상태다.

반면 스테이지엑스는 먼저 주파수 할당이 완료되면 이를 근거로 주주 간 투자확약서와 자본금 2050억원 순차 납부 등을 과기정통부에 이미 전달했다며, 정책당국의 법 해석과 접근방식이 주파수 경매 및 할당 전후로 달라졌다고 반박했다. 제4이통 후보자격 최종 취소결정 시 집행정지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서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제도적 허점 때문이다. 정부가 2019년 기간통신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게 문제가 됐다. 이전에는 재정·기술적 능력을 엄격하게 심사받아야 했는데, 법 개정으로 주파수 할당을 받으면 기간통신사업을 위한 재정적 능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했다. 현재의 주파수 경매방식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무조건 사업권을 따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재무건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금융기업 등이 이동통신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과 천문학적인 시설투자비용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이동통신 '3강'(SKT, KT, LGU+) 체제를 깨트리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통신정책도 문제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제4이통을 통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알뜰폰도 육성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상호 충돌하는 정책으로, 제4이통이 탄생하더라도 알뜰폰시장의 가입자만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스테이지엑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제4이통 대신 알뜰폰 육성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10여년간 진행된 실패를 경험으로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대자본이 제4이통 사업자 선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사업성이 없다며 모두 포기한 이번 5G 28㎓와 같은 주파수 대신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주파수나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의 통신정책도 투트랙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서민들의 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을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기존 이동통신 3사나 제4이통에 저렴한 요금제를 끊임없이 압박할 것이 아니라 알뜰폰 업체들이 원하는 망 도매대가(사용료) 인하 등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h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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