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 '저출생 대책'이 문제다"

전아름 기자 2024. 7. 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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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 돌봄 등 시민사회단체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에서 10가지 비판 이유 밝혀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각계각층의 시민사회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의 문제를 열 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이들은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일 오전 10시 서울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는 여성노동연대회의, 이주가사돌봄시범사업저지 공동행동, 주4일제 네트워크 외 14개 단체는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 잘못된 이유를 10가지로 구분하고 비판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아울러 제대로된 저출생 대책의 핵심은 '노동' '성평등' 에 있음을 강조했다.

각계각층의 시민사회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의 문제를 열 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이들은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하는엄마들

김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접근은 불평등과 불안을 초래하는 사회 구조와 일터와 일상에서의 성별, 계층, 인종, 지역 간 심화된 갈등을 도외시하고 있다. 이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사회 통합을 저해할 위험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 성장과 물질적 부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 체제는 돌봄의 위기를 초래했다"라며 "가족, 시장, 기업, 국가가 가정과 시장의 돌봄을 조화롭게 연결하고 북돋을 수 있는 '돌봄 경제'를 중심에 놓고 돌봄의 책임과 의무를 공유하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일부 근로자에만 유효한 일·가정 양립 정책, 저렴한 돌봄 서비스 공급, 돌봄과 양육을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특권으로 만드는 정책은 여성과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과 이주민,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 간 갈등만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대책에서 '성평등'이 삭제됐다고 지적하며 "저출생을 진정으로 '반전'시키고 싶다면,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취임 지난 2년 동안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있는 것, 각종 정책에서 '여성'과 '성평등'을 지운 것, 한국의 시민들을 넘어 유엔과 국제사회까지 극심히 우려하고 있는 거듭된 '성평등 정책전담부처 폐지' 시도, 그리고 무엇보다 소위 말하는 성별갈등 프레임을 조장하고 굳히며, 연대와 상생, 평화라는 단어 대신, 무한경쟁과 대립, 혐오, 차별의 방향으로 몰아감으로써, 이 사회를 더욱 살 만하지 않은 사회,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로 만들고 있는 점, 그럼으로써 더욱더 여성들이 생존 전략이자 인생의 너무나 합리적인 결정으로써 비출산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는 점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반성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나 가족구성권연구소 공동대표는 이번 저출생 대책을 '이성애 정상가족 중심의 대책'이란 관점으로 비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출산은 혼인, 즉 이성애법률혼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그 결혼과 그 출산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은 이성애법률혼 관계가 아닌 수많은 관계들을 사회적 불평등 속에 남겨둔다"고 비판, "정부의 저출생 대책 속에서 결혼하지 않은 자, 아이를 낳지 않는 자는 돌봄과 전혀 관계없는 존재로 상상되며 국가의 미래에 생산적이지 않은 존재로 낙인찍힌다. 돌봄의 논의가 출산과 양육을 포함하여 상호의존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우리는 정상성 규범에 붙들리지 않는, 시민 모두에게 도래할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수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는 '노동현장 내 성평등 실현에 대해 고민이 없다'고 지적,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성희롱 접수건의 증가, 일터 내 '페미니즘 사상검증', 성별임금격차 등의 문제가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저출생 대책의 핵심인 노동시간 관련 제도를 논의할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위원회 구성은 13명 전원 남성"이라며 "여성 노동자는 단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 위원회에서 과연 저출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논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진 주4일제 네트워크 간사는 "이번 정부 대책을 보면 구조적 문제 해결은 도외시 한 채 기존 정책을 답습하거나 일부 보완에 그치고 있다. 그간 정부 부처에서 시행하는 가족친화인증기업, 남녀고용평등우수기업 선정 등 정부가 사회적 면죄부를 주는 정책을 또 다시 답습하는 것이 엿보인다. 오히려 실효성 있는 육아휴직 공시제도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저출생 문제는 기존 제도의 보완이나 현금성 지원 및 우수사례 인증제 등으로는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정부 발표에서 실효성 강화에 초점을 두었지만 그간 문제로 지적된 사각지대의 적용 확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은 "코로나19를 버티게 하고 시민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던 공공돌봄기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해산시키고, 수백명에 대한 공공돌봄이 중단됐다. 돌봄노동자들은 해고통보를 받았다"라며 "서사원을 없앤다고 국가책임의 돌봄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오히려 돌봄을 통한 돈벌이 수단 시장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경고, "서사원같은 공적돌봄체계를 확립해 보편적 돌봄체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미령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착취를 목적으로 한 대책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가정내 돌봄수요를 원활히 충족하고 양육비용 절감을 위해 외국인력의 공급을 확대'한다는 대책은 '왹구인에 대한 차별'이자 '돌봄노동에 대한 무시'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송 사무국장은 "이렇게 가사돌봄을 하대하면서 어떻게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가? 외국인력을 차별하면 우리 국민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걸 왜 모르는가? 차별하는 사람은 차별당하기 마련이다"라고 비판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 활동가는 "저출생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주거대책은 주거불평등을 더욱 공고히하는 정책"이라며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논하려거든 10명 중 1명꼴로 있는 주거빈곤 아동을 먼저 살펴야 하는데 9억 주택을 매수하는 이들에게만 꽂혀있는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정부의 적극적 난임지원 대책은 "여성을 인구정책의 도구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라며 "난임 시술을 반복 지원한다고 말하기에 앞서, 왜 고령 임신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지, 불안정 일자리와 돌봄 공백의 상황 속 임신과 출산이 '디 메리트'로 느껴지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임 시술과 고령 임신에 대한 위험성은 오직 여성의 몸에 오롯이 전가된 채, 현재 국가의 난임시술 지원은 또 하나의 의료산업을 배불리고 있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시현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성평등위원장)은 "공무원의 정책은 예산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저출생 대책으로 내세운 정책들은 상당수가 예산을 수반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지속적인 법인세 인하, 상속세, 양도세 감세 등으로 세수가 40조 이상 부족한 상황에서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정책은 어떻게 추진한다는 것인지 '국가 돌봄'이라고 생색 내기만 하고 예산을 전부 지자체나 교육청으로 떠넘기는 것은 아닐지 또한 의심스럽다"라며 "국민 대다수가 정책의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닌, 대기업·정규직 맞춤지원형, 단차성 현금지원 정책으로 출생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동시장 안의 구조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 논의의 절차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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