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겼더니 또?… 남양유업 개미주주 속 탄다

3년만에 경영분쟁 끝낸 남양유업
홍 전 회장 퇴직금 청구 공시 지체
소송 관련 리스크 부각에 투심 위축
한앤코·주주 간 불통에 원성 확대

[연합뉴스 제공]

3년여에 걸친 소송전 끝에 새 주인을 만난 남양유업이 또다시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고 있다. 주가가 최근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기도 전에, 다지 불거진 악재에 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0.17% 하락한 58만50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2% 넘게 하락해 57만원대까지 내리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난 2일까지 7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곤 연어어 강세를 보였던 주가 랠리가 한풀 꺾인 셈이다.

이날 주가 약세의 표면적인 원인은 2일 장 마감 이후 한국거래소가 남양유업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 때문이다. 홍원식 전 회장이 퇴직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이 사실을 뒤늦게 공시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말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은 444억원 규모의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장을 확인한 당일(6월10일)이 아닌 이틀 뒤(12일)에 공시했다는 것이다.

홍 전 회장이 요구한 퇴직금 443억5775만원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남양유업 자기자본의 6.54%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공시를 통해 소송 관련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한앤코)는 법적 공방 끝에 올해 1월 홍 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최종 승소하고, 지난 3월 주총에서 한앤코 측 인사들로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이사진에서 물러났고 지난 4월엔 홍 전 회장의 자녀인 홍진석, 홍범석 전 상무도 사임했다.

이후 경영권 안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주가가 이번 사태로 다시 고꾸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날 종가 기준 최근 한 달 남양유업 주가 수익률은 17.82%다. 지난해 종가 기준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던 7월 26일(39만4000원)과 비교하면 남양유업 주가는 48.5% 가량 오른 상태다.

하지만 전고점인 2021년 81만원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동안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2019년까지 연간 1조원이 넘었던 회사 매출은 2020년부터 9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이때부터 영업손실도 700억~800억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지 않고 있는 한앤코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원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경영권 소송 전부터 남양유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 소액주주는 "지난 3년간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소액주주들"이라면서 "동네 구멍가게도 주인이 바뀌면 현수막을 바꿔 다는데, 한앤코 측 이사진으로 바뀐 지 세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한앤컴은 소액주주들에게 경영 혁신 계획이나 기업가치 제고 관련 청사진을 내놓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소액주주들을 모아 공개 시위에 나서는 것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남양유업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자사주 직접 매입도 아니고 신탁으로 간접매입하는 거 보니 회사 돈으로 개미들 주식 사들여서 지분율만 높이려는 의도', '공개매수 헐값에 하려고 주가 누르고 있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주들은 한앤코가 헐값에 공개매수를 진행해 자진 상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주주가 지분율 95% 이상 보유하면 회사를 자진 상장 폐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주 간섭에서 벗어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최근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자진상폐가 급증하고 있다.

한앤코는 지난달에도 쌍용씨앤이 주식을 공개매수해 지분을 늘린 후 자진 상폐했다. 앞서 한앤코는 루트로닉도 상장폐지 이후 유상감자를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선 바 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