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도입 vs 폐지`… 증권사 혼란 가중

김남석 2024. 7. 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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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반기 폐지 추진 공식화
업계, 시스템 마련 촉박 등 입장
원천징수 방식 등 투자자 혼란
법 개정안 국회 통과도 '미지수'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했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 폐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내년 1월 시행이 예정돼 있고 법 개정을 위해서는 '여소야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결론이 나오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또 법 개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금투세 관련 시스템 마련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고, 금투세 도입 시 '큰손'이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면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금투세를 정부와 여·야가 모두 합의해 당장 내년 시행이 예정된 법안을 6개월여 만에 고치는 것이 정책 일관성을 해쳐 자본시장 선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일 정부가 발표한 '역동경제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국내 증시 투자 유인을 위해 올해 하반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등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금투세 관련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폐지 추진을 공식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로드맵에는 금투세 폐지와 함께 주식 상속 시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밸류업 기업 가업상속공제 확대, 주주환원 증가금액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등 기업에 대한 혜택이 대거 포함됐다.

기획재정부 등은 연내 세법과 상법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투세와 상속세, 법인세 등 정부가 추진하는 사안들이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문턱을 넘어야 시행될 수 있다.

특히 연 5000만원 이상의 수익에 대해 22~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의 경우 지난 2020년 정부와 여, 야 모두가 합의해 통과돼 당장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 폐지 추진에 대한 논란도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금투세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날 앞서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증권업계 CEO들은 금투세 시행 시기 등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금투세의 세부적인 징수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관련 시스템을 마련하기 곤란하다며 금투세를 내년 즉각 시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도 보완 이후 시행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금투세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관 간 정보공유 한계로 인해 정확한 손익계산이 어렵고, 원천징수 방식으로 인한 투자재원 감소 등 투자자 불편 등 업계와 투자자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투세 도입 이후 거액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등져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개인투자자가 1400만명인데 큰손들이 시장을 떠나는 것이 국내증시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모든 세제는 결국 실제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돼야 의미가 있는 것이며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무조건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의 자본시장 환경과 유불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시행보다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먼저 보완한 뒤 재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오 교수는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손실이월공제가 5년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무한정 이월 공제를 채택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금투세 도입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공매도 금지 등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또다시 정책을 한순간에 뒤집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또 금투세를 폐지하는 것보다는 공제 한도를 기존 5년에서 무제한으로 바꾸는 등 개선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내 투자자본이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금투세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국내 기업구조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기대수익이 크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금투세는 그대로 도입하되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거래세에 포함된 농어촌 특별세를 별도 재원으로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금투세 폐지와 함께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혜택도 오히려 자본시장 밸류업을 해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결국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것인데, 밸류업에 대해 기업에 이익을 더해 주는 것이 과도한 혜택이라는 것이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주식에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지금도 국내 투자자들은 배당과 기대수익이 높은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밸류업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상속 주식과 배당에 대한 기업 세액공제 혜택에 대해서는 "G20 등 선진국에서는 '초부자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재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쪽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며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무산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투세 폐지와 기업 혜택 등은 자본시장 선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남석·신하연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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