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영 대표 "아이 하교하면 걱정 시작···워킹맘 위한 앱 '오후1시'로 지었죠"[이사람]

박성호 기자 2024. 7. 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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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영 해낸다컴퍼니 대표
부모는 돈보다 아이 돌볼 시간이 중요
초등생 아이 연락두절 경험에 창업 결심
멀리서도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 고민
위치확인·일정관리·교환일기 앱 개발
교보생명 사내벤처 제도 활용해 창업
1년 육성과정도 끝나기전에 독립 분사
'기업의 도전문화'가 든든한 버팀목 돼
[서울경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로스 다우서트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하면서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며 “인구 감소 문제의 두드러진 사례 연구 대상국”이라고 했다. 해외 칼럼니스트에게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겠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저출생 문제 해결은 국가 존망을 좌우할 사회문제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결혼과 출산을 ‘비용의 문제’라고 한다. 돈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출산 후에도 생활비·교육비 등이 들이닥친다. 청년들은 결혼부터 육아에 이르기까지 밀려들 청구서 걱정에 결혼과 출산을 자꾸 뒤로 미룬다. 여기에 맞벌이 부부에게는 또 하나의 벽이 있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풍족한 그들에게는 돈도 돈이지만 자신들의 삶을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오후1시’라는 자녀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강문영 해낸다컴퍼니 대표는 “일하는 아빠·엄마에게는 자녀를 낳고 기르는 데 들어가는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아이를 돌봐야 할 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어냈다. “엄마들이 육아휴직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는 당연히 아이를 낳은 직후죠. 그다음이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취학 전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어요. 퇴근할 때까지 어린이집 덕분에 크게 걱정을 안 해요.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상황이 달라져요. 학교가 어린이집보다 일찍 끝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엄마들은 아이가 2학년이 되면 육아와 퇴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와요.”

만약 엄마나 아빠가 근무시간을 줄여 오후 1~2시에 퇴근할 수 있다면 육아에 대한 맞벌이 부모들의 걱정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강 대표의 생각이다. 아이를 돌봐줄 ‘이모님’을 구하지 않아도 되고, 경력 단절을 무릅쓰고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강 대표가 론칭한 ‘오후1시’라는 앱도 그의 경험의 산물이다. ‘오후1시’는 부모가 직장에 있어도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줄 수 있는 서비스다.

5년 전, 강 대표는 교보생명에 다니면서 태스크포스(TF) 팀에 속해 ‘육아기 단축 근로’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는 오후 1시에 하교를 했지만 강 대표는 단축 근로를 하더라도 오후 3시까지는 일을 해야 했다. 보통 아이가 하교할 때를 맞춰 연락을 하고는 했는데 그날은 아이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불안감이 더 컸다. 남편도 근무 중이라 아이를 찾으러 가기 어려웠다. 아이 친구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봤냐”고 수소문을 해봤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두 시간 넘게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가 부리나케 집으로 갔더니 다행히 아이는 아무 일도 없이 집에 있었다. 휴대폰이 꺼져 있었는데 아이가 그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 대표는 “그런 일을 겪고 나니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도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때 겪었던 일 때문에 아이의 평소 행동 패턴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엄마가 없더라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런 꿈을 펼쳐낼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때 사내 벤처 제도가 떠올랐다. 교보생명의 사내 벤처 제도를 활용해 ‘해낸다컴퍼니’를 창업했다. 강 대표는 “회사에서는 저에 대해 교보의 DNA가 박혀 있는 사람으로 생각을 했다”며 “사내 벤처를 한다고 하니 ‘왜’라고 묻는 동료들이 참 많았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하지만 그동안 회사에서 일해왔던 모습을 알고 있었기에 동료들의 의문은 응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결국 해낸다컴퍼니는 1년 사내 벤처 육성 과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벤처심의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분사에 성공했다. 교보생명은 투자금을 비롯해 창업지원금, 해낸다컴퍼니가 현재 본사로 쓰고 있는 서울 광화문 ‘이노스테이지’ 사무실 등을 제공해줬다. 강 대표는 “교보생명에서는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도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문화가 있다”며 “맨땅에서 시작한 저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며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왜 서비스의 이름이 ‘오후1시’일까. 오후 1시는 직장인에게는 또다시 전쟁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상사의 지시와 거래처의 전화, 다른 부서의 업무 협조 연락이 빗발치기 시작한다. 동시에 아빠와 엄마에게는 아이 걱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하교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지만 맞벌이 가구 자녀에게는 부모가 귀가하는 오후 7~8시까지 비자발적 돌봄 공백이 시작되는 시간”이라며 “오후 1시부터 부모가 퇴근해 집에 오는 때까지 책임을 져주는 앱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오후1시’ 앱은 시범 서비스 중이다. △일정 관리 △위치 확인 △습관 만들기 △자녀와 함께 쓰는 교환 일기(오늘의 편지) 등 기본 기능만 제공되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앱을 통해 몇 시에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현재 그 위치에 아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에 아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면 아이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아이를 찾아볼 수도 있다. 직접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더불어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하거나 학원에 가 있는 동안 엄마·아빠가 아이에게 편지를 써서 서로의 감정을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강 대표는 “아직 초기라 단순한 기능이지만 왜 우리 아이는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할까’ 그리고 ‘이런 행동을 할까’ 그런 것들을 알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부모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오후1시’라는 앱을 통해 아이가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다시 점검하는 ‘플랜두시(Plan-Do-See)’의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도 서비스의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그는 “아이가 일정을 계획·실행하고 엄마와 약속한 것을 했는지 서로 체크해가는 과정에서 엄마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되새기며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며 “커가면서 스스로 이런 ‘플랜두시’를 해나가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많은 기능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대외적으로 ‘오후1시’ 앱은 인정받고 있다. 강 대표의 해낸다컴퍼니는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인 중기부장관상을 받았다. 1044개 팀과 경쟁해 예비 창업자로는 처음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또 올해 초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4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서비스 디자인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본상을 수상했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힌다.

강 대표는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회사를 성장시킬 향후 5년간의 계획을 빼곡하게 준비해놓았다. 올 하반기에는 ‘오늘의 편지’ 서비스를 고도화해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아이들의 대화를 분석한 뒤 이 아이들이 어떤 심리적 상태에 있는지를 파악,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며 “부모는 모르는 ‘사춘기 자녀 번역기’ 같은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해낸다컴퍼니는 교보교육재단, 서울대 인성교육센터와 논의하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과는 교육보험에 부가 서비스로 ‘오후1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학원이나 학교·지역아동센터 등과 협업 등을 통해 현재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가 중심인 사업 모델을 기업 간 거래(B2B)나 기업과 정부기관 간 거래(B2G)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더 나아가 오프라인 센터도 만들어 부모와 자녀의 심리 상담이나 부모들의 자기 개발을 위한 다양한 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교보생명이라는 든든한 네트워크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스타트업이 갖지 못한 장점”이라며 “빨리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핀테크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인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강 대표. 그는 “해낸다컴퍼니를 엄마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는 데 기여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성장하는 것처럼 어른도 계속 성장하는 만큼 부모들이 스스로 만족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어른이라고 해도 사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다 해낼 수는 없잖아요. 부모의 역할도 마찬가지죠. 어떤 도전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 행동도 달라지죠. 부모들이 좀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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