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감세 정책의 원칙

2024. 7. 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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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상속세, 금융투자소득세, 가상자산세 등 세금이 이슈다.

다만 금투세나 가상자산세는 아직 시행되지 않은 세금이므로 시행 전에 합리적 결론이 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세금으로 인해 사람들의 행동이 크게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세 번째 원칙 때문이다.

또한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보다 그렇지 않은 투자 수익에 세금 부담이 늘면 개인의 투자는 위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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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제개편서 지켜야 할
최우선 조세원칙은 비례성
상속세 과표·누진성 불합리
배당소득 실효세율도 높은편
공평하고 투자에 유리해야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금융투자소득세, 가상자산세 등 세금이 이슈다. 전반적으로 감세 기조다. 대다수 국민은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는 분위기이고, 일부는 '부자 감세' 아니냐는 의심을 갖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세금에 분명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세수에 기여도가 높은 집단이 부자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금은 그로 인한 2차 효과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서 더욱 그렇다.

세금을 논의하려면 세 가지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첫째, 정부가 쓸 만큼 걷어야 한다. 정부의 씀씀이 단속 의지가 분명하긴 하지만 법에 의해 저절로 늘어나는 지출 부분이 크기 때문에 감세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금투세나 가상자산세는 아직 시행되지 않은 세금이므로 시행 전에 합리적 결론이 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공평하게 과세돼야 한다는 것, 셋째는 세금으로 인해 사람들의 행동이 크게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제시한 조세 원칙의 첫째는 비례성이다. 세금이 소득이나 지불 능력에 비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경제학 교과서에서 능력 원칙으로 확장돼 등장하는 비례성 원칙은 공평한 조세의 기준이다. 이에 비춰 보면 종합부동산세는 애초에 지불 능력을 부동산으로 잡은 것에 문제가 있었다. 부동산 자체로는 세금을 낼 수가 없는데, 세금 낼 능력이 부동산 가격에 따라 바뀐다고 가정한 것이다.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도 있는데 말이다. 같은 재산가액이어도 소유 주택 수가 많으면 세율이 더 높은 것도 원칙에 맞지 않다.

상속세는 받는 사람의 몫이 아닌 상속되는 금액 전체에 과세되는 것이 불합리하다. 또한 금액이 높을수록 세율이 더 높은 누진성도 비례성을 크게 벗어난 수준이다. 사실 상속세나 금투세, 가상자산세에 대한 진짜 고민은 서로 다른 원천의 소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23년 나온 보고서 중에 근로소득과 비근로소득, 즉 금융소득, 임대소득, 연금 등과 같은 자본소득의 실효세율을 고소득자에 대해 비교한 것이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대부분 국가는 그 나라 평균 소득의 5배를 버는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실효세율이 배당소득보다 근로소득에서 높았다. 37개국 중 27개국은 그 차이가 15%포인트를 넘었다. 우리나라는 10%포인트가 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기업의 법인세가 배당 재원을 줄이는 것을 반영해 배당소득의 실효세율을 구해 다시 비교해보니, 한국은 배당소득의 실효세율이 근로소득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법인세율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비례성을 엄밀히 적용하자면 다른 이유로 벌게 된 소득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융소득 등에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이는 세금으로 인해 사람들의 행동이 크게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세 번째 원칙 때문이다. 근로소득세율이 높다고 이민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저축이나 투자 결정은 세율에 민감하고 쉽게 국경을 넘는다. 또한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보다 그렇지 않은 투자 수익에 세금 부담이 늘면 개인의 투자는 위축된다.

증세보다 감세가 쉬운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맞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증세하기는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가가치세 증세와 같은 추가 세원 마련도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나라가 쓸 돈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므로.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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