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황의 앵글] '열전의 바다' 남중국해... 외교적 간여 나선 한국

정진황 2024. 7. 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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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진황의 앵글> 은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한 주요 인물 인터뷰와 소재를 다룹니다.

중국이 1995년 스프래틀리 군도의 산호초 미스치프 리프(중국명 메이지자오)를 군사기지화하는 데 맞서 필리핀은 미스치프 리프로부터 40㎞ 떨어진 모래톱인 세컨드토머스숄에 폐군함 시에라마드레호를 좌초시킨 뒤 해병 10여 명을 근무시키면서 남중국해의 화약고, 열전의 바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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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황의 앵글>은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한 주요 인물 인터뷰와 소재를 다룹니다. 안보 현안만큼 다양한 논점이 제기되는 분야도 없습니다. 여러 각도에서 보고자 합니다.
지난달 17일 중국 해경이 분쟁 해역인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필리핀 해군 보트를 차단한 뒤 위협하고 있다. 스프래틀리=AFP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중국 해안경비대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를 항해하던 필리핀 해군 보트를 차단한 뒤 물대포 공격에 이어 도끼 등으로 위협하면서 필리핀 승무원 한 명이 손가락을 잘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해경과 필리핀 해군의 충돌은 수십 년간 이어온 지중해의 1.5배 크기의 바다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한 단면이다. 70개 산호초와 암초로 이루어진 스프래틀리는 중국보다 필리핀에 훨씬 가깝다. 중국이 1995년 스프래틀리 군도의 산호초 미스치프 리프(중국명 메이지자오)를 군사기지화하는 데 맞서 필리핀은 미스치프 리프로부터 40㎞ 떨어진 모래톱인 세컨드토머스숄에 폐군함 시에라마드레호를 좌초시킨 뒤 해병 10여 명을 근무시키면서 남중국해의 화약고, 열전의 바다가 됐다. 미스치프 리프는 지금 활주로까지 건설된 인공섬이 돼 중국의 불침항모로도 불린다.

말이 충돌이지 군사적 체급이 월등한 중국의 일방적인 공세나 다름없다. 중국 해경이 필리핀 보급선에 대한 끊임없는 차단과 위협 행위로 영유권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마르코스 정부가 들어선 뒤 필리핀이 국제 분쟁 지역화에 나서면서 미중 충돌은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엔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이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에 모여 중국의 남중국해 현상변경 시도를 비난했다. 그 직후 호주까지 참여한 4개국 연합 군사훈련이 열렸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스쿼드’라고 불렀다. 4개국 군사협력체인 셈이다. 중국은 구축함 등 해군력을 보강한 데 이어 최근엔 국산 1호 항공모함인 산둥함까지 이 해역에 보낼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남중국해가 열전의 바다로 변한 건 이 지역이 원유와 천연가스, 어족 등 자원 보고이자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해상 수송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정권 수립 후인 1953년 소의 혀 모양 또는 U 자 형태의 9단선을 선포해 남중국해 80% 이상에 대해 영유권 주장을 했다.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이 분쟁 당사국이 된 상황이다. 특히 필리핀은 2013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해 3년 뒤 “중국의 영토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중국의 군사기지 가속화와 필리핀 보급선 차단 봉쇄 등 강제 조치가 강화된 배경이다. 중국의 해양 굴기를 좌시할 수 없는 미국의 봉쇄 전략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대포나 일시적 실명을 야기하는 레이저공격, 선박 차단 등 저강도 충돌이 상황에 따라 국지전이나 전쟁양상으로 비화할지 장담할 수 없다.

국제적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의 섬, 암초 점유 상황.

꽤 먼 바다지만 원유 수송량의 90%, 수출입 물동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남중국해 상황은 우리 국익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참여한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남중국해의 불법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국의 공격적 행동'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대한 강한 반대'를 천명했다. 이후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충돌이 빚어진 지난 3월 우리 외교부의 우려 표명이 나왔다. 물론 중국 외교부는 “한국은 덩달아 떠들지 말라”며 강한 반발로 대응했다. 당장은 외교적 간여에 그치고 있지만 우리 국익이 현실적으로 침해되는 미래의 상황 전개에 말의 개입으로 그칠지 두고 볼 일이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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