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번식? 거제씨월드, 이번엔 새끼 돌고래 ‘10만원 투어’

김지숙 기자 2024. 7. 3.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신규 돌고래 보유 금지’ 동물원수족관법 취지 무색
‘돌고래 학대’ 비판을 받아온 수족관 ‘거제씨월드’가 새끼 돌고래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어미 돌고래 ‘마크’(왼쪽)와 ‘마일로’의 모습. 거제씨월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돌고래 학대’ 논란 중심에 서있는 돌고래 수족관 ‘거제씨월드’가 지난해 태어난 새끼 돌고래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새로운 돌고래 도입을 금지한 현행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데다 수조에 갇힌 채 새 삶을 시작한 어린 생명을 앞세워 상업적 이득을 취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거제씨월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이 업체는 지난 1일부터 새끼 큰돌고래 ‘마일로’를 ‘새끼 돌고래와 함께 하는 돌핀 투어’ 프로그램에 내보내고 있다.

업체는 지난달 28일 올린 게시글에서 “새끼 돌고래인 ‘마일로’와 엄마 돌고래 ‘마크’를 만날 수 있는 돌핀 투어가 7월1일 오픈된다”고 알린 바 있다. 그러면서 “강의실에서 새끼 돌고래의 탄생, 돌고래 생태 교육 후 돌고래 가족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서 돌고래들을 직접 만나고 알아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업체가 올린 홍보 영상을 보면, 체험 프로그램은 관람객들이 사육사와 함께 돌고래들이 살고 있는 수조 가장자리에서 돌고래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영상에 나온 참가자 2명은 사육사의 지시에 따라 소리를 내는 돌고래를 관찰하고, 돌고래의 점프 동작 등을 가까이서 관람했다.

프로그램의 체험권은 1인당 10만원이다. 거제씨월드가 운영 중인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돌고래 수조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며 4배가량 비싼 체험료를 받는다는 것이 해양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다만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를 금지한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을 의식한 듯 업체는 ‘기존 교감 체험과 다르게 먹이주기, 만지기 없이 진행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돌고래 학대’ 비판을 받아온 수족관 ‘거제씨월드’가 새끼 돌고래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거제씨월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돌고래 학대’로 비판받아온 경남 거제시의 돌고래 수족관 ‘거제씨월드’가 새끼 돌고래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7월부터 운영 중이다. 예약 화면 갈무리

마일로는 지난해 7월 거제씨월드가 암수를 분리하지 않아 태어난 개체다.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이 지난해 12월14일부터 시행되면서 수족관은 수족관에서 증식된 동물을 포함해 새로운 고래류를 보유할 수 없는데 마일로는 이보다 약 5개월 먼저 태어나 법적 제재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서 해양수산부가 2021년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에서 기존 사육 개체 이외에 새로운 돌고래 도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윤리적 비판은 피해 갈 수 없었다.

더구나 거제씨월드에서는 지난 4월에도 큰돌고래 ‘아랑’이 새끼를 출산해 수족관 내 번식 문제가 재차 불거졌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동물해방물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동물권소위원회가 2일 서울 종로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제씨월드를 ‘동물원수족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전문가는 마일로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이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의 취지를 거스른다고 지적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수족관의 돌고래 신규 도입을 금지한 이유는 수족관 시설의 공연·전시 등이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뿐 아니라 질병 발생, 폐사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현행법 시행 전에 태어났지만 현행법이 금지하는 증식 행위로 태어난 개체를 홍보 도구로 사용하고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동물해방물결 등은 2일 아랑이의 출산이 ‘불법 증식’에 해당한다며 거제씨월드를 동물원수족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특히 마일로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두고 “돌핀 투어 프로그램은 이들의 돌고래 번식이 의도적이었다는 걸 나타내며, 번식으로 태어난 새끼 돌고래까지 돈벌이에 이용하는 ‘감금 돌고래 착취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거제씨월드는 단체들의 잇단 지적에도 여전히 암수 돌고래를 함께 사육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래의 임신, 출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발을 통해 고래류 동물의 수족관 번식 문제를 명확히 알리고, 출산이 또 다른 학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법기관의 엄정한 판결과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법 증식으로 태어난 개체를 몰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형주 대표는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학대를 하거나 수준 미달의 시설 등은 조치 명령 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몰수 규정이 없어 이런 동물을 이용한 상업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