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사 길러낼 공공의대 법안 발의됐지만··· 의사단체 “의료 파국으로 몰고 가는 길” 반대

이혜인 기자 2024. 7. 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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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돌봄시민행동 등이 공공의대 설립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의대 증원을 두고 다섯 달째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발의했다. 그간 민주당과 보건의료시민단체는 정부의 필수의료 개혁 정책만으로는 늘어난 의사들을 지역에 안착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공공의대·지역의사제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인데, 의료계와 여당 모두 비판적인 입장이라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 등 71명 의원은 지난 2일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할 대학·대학원을 설립해 운영하도록 하는 근거를 담았다. 졸업 후 학생들이 의료취약지의 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의무 복무’를 하도록 의료법에 근거 규정을 마련한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국가로부터 지원된 경비를 반환하고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아 지역에서 활동할 의사를 마치 ’공무원‘처럼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수도권과 대도시에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집중돼 지역 간 서비스 공급과 이용 격차가 심각하다”며 “의대 정원 증원의 최우선 목적은 공공·필수·지역의료 확충이 돼야 한다”며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국가가 직접 공공의사를 양성하고 배치할 새로운 근거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김원이 민주당 의원 등 21명은 지역의사제 근거를 담은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대학이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지역의사선발전형을 거쳐 면허를 취득한 의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건의료수요를 고려해 수련과목을 정하게 하고, 의료취약지 등 근무지역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등을 통해서 지역에서 일할 의사 수를 늘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형병원의 모습이다. 사진|경향신문 자료사진

이같은 법안이 잇따라 발의된 것은 현재 정부의 필수의료 개혁안에서 지역 중심의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 빠져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필수의사제’는 계약을 통해 지역 의사 고용을 늘리겠다는 내용으로, 의료 취약지 중심의 지역 복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제와는 다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지방대 의대 정원을 늘려봤자 지방에서 수련받고 수도권에 와서 개원하는 인원만 늘어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의사들이 지역에서 끝까지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지역의사제 같이 선발과정에서부터 지역 의무 복무를 할 의사를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처장은 “공공의대도 좋지만, 한 개 단과대학으로는 선발 규모도 적고 배출까지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우선 지역의사제를 중심으로 늘어난 의사 수 배분을 이야기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공의대·지역의사제는 의사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에 지역의사 300명을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을 때부터 줄곧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에 반대해왔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가 정부와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 의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지역의사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받는 장학금이 일반 학생들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으며, 지역에 의무복무를 하도록 한 것이 직업수행의 자유와 거주지 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논의에 대해 협조적일 가능성도 적다. 21대 국회에서도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법안이 발의됐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되면서 결국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상임위원회와 법사위를 거쳐서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하기보다는 여야가 잘 협의하면서 진행해야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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