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커피빈' 가진 졸리비, '컴포즈'도 인수한 이유

김아름 2024. 7. 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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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졸리비, 컴포즈커피 인수
커피·음료 사업 확장의 일환
가격대·메뉴구성 등에서 경쟁력
/그래픽=비즈워치

오랜만이다 졸리비

이번 주 커피 전문점 업계에 큰 이슈가 생겼습니다. 메가커피와 함께 국내 저가 커피 전문점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컴포즈커피가 필리핀 졸리비 그룹에 인수된 겁니다. 졸리비는 자회사인 졸리비 월드와이드 Pte를 통해 컴포즈커피 지분 70%를 약 33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나머지 지분은 또다른 자회사인 타이탄펀드와 사모펀드가 나눠 갖습니다.

치열한 국내 커피 시장에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컴포즈커피가 필리핀 기업에 매각됐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지만, 졸리비는 단순히 필리핀 1위 외식 기업이라고 이야기하면 되는 기업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한국과 함께 맥도날드가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유이(有二)한 나라'라는 이야기로 필리핀 졸리비가 언급되곤 하는데요. 사실 졸리비는 연 매출이 5조원이 넘고 수십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외식 그룹입니다.

필리핀의 대표 패스트푸드 브랜드 졸리비/사진=졸리비 홈페이지

졸리비 그룹이 보유한 브랜드만 해도 대표 브랜드인 졸리비를 비롯해 '커피빈', '밀크샤', '하이랜드 커피', '커먼맨커피로스터', '스매시버거', '팀호완'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즐비합니다. 졸리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M&A를 통해 인수한 브랜드들입니다. 아시아 외식 시장계의 큰 손이죠. 

이밖에도 필리핀 '버거킹'도 졸리비가 운영하고 있고요. 일본의 '요시노야', 미국의 '판다익스프레스'와도 손잡고 있죠. 창업주인 토니 탄 칵티옹 회장은 필리핀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컴포즈커피에 큰 돈을 쏟아붓는 게 무리가 될 곳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커피 브랜드 많은데 또?

졸리비가 보유한 브랜드들을 눈여겨 보셨다면 또다른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졸리비는 이미 많은 커피·음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빈이 대표적이구요. 밀크샤는 '버블티의 나라' 대만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버블티 브랜드입니다. 매장 수는 300여 개 안팎입니다. 

베트남에서 시작한 하이랜드 커피도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이미 베트남과 필리핀에 800개 가까운 매장을 열었죠. 이밖에도 싱가포르의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인 커먼맨커피로스터(CMCR)도 인수, 최근 필리핀에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대중적인 글로벌 체인, 저가 커피까지 라인업을 고루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얼핏 봐선 국내에서도 메가커피의 뒤를 따르고 있는 컴포즈커피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국내 대표 저가커피 3인방/사진=김지우 기자 zuzu@

하지만 잘 따져보면 컴포즈커피의 역할이 있을 법한 구성이기도 합니다.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브랜드인 커피빈은 성장이 정체된 지 오래입니다. 졸리비는 지난해 말 기준 1164개의 커피빈 매장을 운영 중인데요. 인수 전보다 오히려 숫자가 줄었습니다. 가격대 역시 동남아시아에서 어필하기에는 다소 높습니다. 여러모로 고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브랜드입니다. 

자체적으로 로스팅까지 하는 프리미엄 카페인 CMCR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싱가포르 매장 기준으로 필터 커피가 한 잔에 6.5 싱가포르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7000원 가까이 합니다. 우리나라의 고급 커피 매장과 비슷한 수준이죠. 

베트남 하이랜드 커피 매장/사진=하이랜드커피 홈페이지

하이랜드 커피는 어떨까요. 스타벅스의 톨 사이즈인 12온스 아메리카노가 한 잔에 4만9000동, 우리나라 돈으로 2700원 정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브랜드들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아메리카노 한 잔에 2000원을 받고 있는 컴포즈커피보다는 비싸죠. 애초에 하이랜드 커피의 주력 제품은 아메리카노가 아닌 베트남식 '핀(Phin) 추출 커피'입니다. 커피의 결도 다를 뿐더러 베트남 밖에서는 그다지 선호하는 방식도 아닙니다.

컴포즈커피, 글로벌 브랜드 될까

이런 점에서 볼 때 한 잔에 2달러 미만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커피 경쟁이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국내에서 25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브랜드인 컴포즈커피는 졸리비에 매력적인 매물이었을 겁니다. 컴포즈커피는 이미 싱가포르에 해외 1호점을 내며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졸리비는 이미 여러 커피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다양한 가격대·메뉴 구성의 커피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쌓겠다는 의도를 내비쳤습니다. 지난해 2분기 실적 브리핑에서 리차드 신 졸리비 푸드 코퍼레이션 CFO는 CMCR 인수에 대한 질문에 "새 매장에서 제공될 커피와 식품의 종류는 커피빈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최근의 투자가 커피 시장을 잠식하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죠.

컴포즈커피 매장 수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컴포즈커피의 성장 속도 역시 코로나19의 악몽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노리는 졸리비 그룹으로서는 탐나는 능력입니다. 2014년 창업했으니 업력이 불과 10년 된 기업입니다. 2018년 214개였던 매장은 2020년 725개, 2021년 1285개, 2022년 1901개 등 급성장하다가 올해 3월 25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750개 매장을 신규 오픈하겠다고 선언한 졸리비 그룹으로서는 컴포즈커피의 확장력이 매력적인 요소일 겁니다. 

올 초 에르네스토 탄만티옹 졸리비푸드코퍼레이션 대표도 4대 목표로 글로벌 확장·커피사업 성장·중국 성장·필리핀 리더십 유지를 꼽기도 했죠. 컴포즈커피는 이 중 커피 사업을 통한 글로벌 시장 확장을 도울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커피 소비국이지만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는 커피 브랜드는 없었습니다. '탐앤탐스'나 '할리스' 등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긴 했지만 큰 족적을 남기진 못했죠. 컴포즈커피는 그간 국내에서는 매장 수로는 메가커피, 이디야커피에 밀리고 선호도에서는 스타벅스에 밀리는 '2인자' 느낌이었는데요.

덩치 큰 새 주인을 맞이한 지금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갑니다. 조만간 싱가포르나 필리핀, 베트남에서 컴포즈커피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K-팝, K-푸드에 이은 K-커피가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날이 기다려집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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