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로, 챌린지로…크리에이터들이 대중음악을 바꾼다

안호균 기자 2024. 7. 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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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플랫폼이 음원 성패에 결정적 영향 미쳐
음악 도전하는 크리에이터도↑…빌보드 진출까지
숏폼 열풍 타고 새로운 '밈 음악' 트렌드 만들기도
대중음악 다양성에도 기여…18인조 빅밴드 등장
크리에이터 조매력(조장우·29)과 재즈 밴드 '어노잉 박스(Annoying Box)'가 지난달 29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24' 행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2024.7.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대중음악과 영상 플랫폼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왜? 음악이 그곳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만을 감상할 수 있지만 유튜브에선 뮤직비디오와 안무 영상, 무대 영상, 2차 창작물 등 훨씬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된다. 그래서 음악의 확산 효과가 매우 크다.

유튜브 조회수는 빌보드 등 주요 글로벌 음악 차트가 순위를 정할 때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발매 당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곡이 숏폼 챌린지를 통해 뒤늦게 확산돼 차트를 '역주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요즘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은 동영상 플랫폼 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자체 예능물이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며 거의 유튜버처럼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출처 : 유튜브 채널 '왁타버스'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영상 플랫폼의 힘은 뮤지션이 되는 경로도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이세돌)'의 빌보드 입성은 음악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이세돌은 멤버 6명 모두가 자신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아바타 형태로 활동하는 '버튜버(버추얼 유튜버)'다.

2021년 데뷔한 이 그룹은 지난해 8월 발매한 싱글 '키딩(KIDDING)'으로 국내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고 빌보드 글로벌 200(미국 제외) 차트에까지 올라 167위를 기록했다. 대형 연예기획사 출신이 아닌 크리에이터들이 뮤지션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였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크리에이터 뷰티풀너드의 최제우와 전경민이 13일 서울 마포구 메타코미디 사옥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9.13. jhope@newsis.com

이렇게 동영상 크리에이터들이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음원을 출시하고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기존 음악씬을 흔들 정도로 강력한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2인조 개그 크리에이터 '뷰티풀너드'는 부캐(부캐릭터) 힙합 그룹 '맨스티어'로도 활동한다. 이들은 힙합을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만들 뿐 아니라, 직접 음원을 내고 래퍼로 데뷔했다.

뷰티풀너드의 콘텐츠는 기존 래퍼들로부터 '힙합을 조롱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런 논란과는 별개로 음악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이들이 지난 2월 발표한 'AK47'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153만회(7월 3일 기준)를 기록하며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힙합곡이 됐다. 대중성이 확보된 노래와 인기 있는 영상 콘텐츠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서이브 Seo_EVE'는 지난달 25일 '서이브의 마라탕후루 뮤비 풀버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서이브 채널 캡처) 2024.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는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음악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숏폼 챌린지'에 적합한 짧고 재미있는 곡을 직접 만들어 유행시키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조주봉'이란 부캐로 활동하는 개그맨 조훈은 지난해 '홍박사님을 아세요'라는 밈 음악과 숏폼 콘텐츠로 온라인 공간을 장악했다. 올해는 초등학생 크리에이터 서이브가 '마라탕후루'라는 노래로 챌린지 열풍을 만들어냈다. 이런 노래들은 단순하지만 중독적인 비트와 짧고 반복적인 가사, 친근한 멜로디로 젊은층에게 어필한다는게 가장 특징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뮤지션 활동을 병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Z세대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에이터 아이쇼스피드(IShowSpeed)와 영국에서 10대들의 우상으로 꼽히는 유튜버 KSI는 래퍼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튜버 라온(RAON)이 지난달 29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24' 행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2024.7.3. *재판매 및 DB 금지

크리에이터들의 뮤지션 도전은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인천에서는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24' 행사가 열렸다. 오프라인으로는 약 6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를 위해 엔조이커플, 니키, 비타민신지니, 팀일루션 노성율 등 인기 유튜버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크리에이터 뮤지션들의 공연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기존 가요와는 결이 다른 자신들만의 개성을 담은 음악을 선보이며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멤버 대부분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QWER은 디스코드, 고민중독 등의 히트곡을 연주하며 '걸밴드' 음악의 매력을 전달했다. 45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라온(RAON)은 애니송 스타일의 노래를 특유의 파워풀한 창법으로 소화하며 실력을 과시했다.

크리에이터 조매력(조장우·29)과 재즈 밴드 '어노잉 박스(Annoying Box)'가 지난달 29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24' 행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2024.7.3. *재판매 및 DB 금지

조매력은 요즘 라이브 공연에서 쉽게 보기 힘든 빅밴드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어노잉 박스(Annoying Box)'라는 이름의 이 18인조 빅밴드는 색소폰, 트럼펫과 같은 관악기 외에도 태평소와 바순 연주자가 참여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어노잉박스는 올드스쿨 재즈, 퓨전 재즈, 펑크, 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며 브라스 밴드가 표현할 수 있는 특유의 리듬감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이 밴드는 1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앨범 출시와 라이브 공연을 통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매력은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노잉 박스는 비주류 장르를 하고 있는 음악인들이 모여서 대중도 재미있게 듣고 즐길 수 있는 곡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만든 밴드"라며 "빅밴드라는 음악 특성상 대중이 접하기 힘들고, 또 옛날에 유행하던 음악이다보니 사람들이 들었을 때 약간 올드하다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브라스가 현대적인 음악과 잘 조합하면 듣기 좋게 발전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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