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직 공무원의 저임금은 청년세대 전체의 문제 [왜냐면]

한겨레 2024. 7. 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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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잘 챙겨 드시고 계신가요? 요즘 식당에서 밥 먹을 때마다 높아진 물가를 느낍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입직한 지 1년도 안 된 청년 공무원 3100여명이 퇴사했습니다.

청년 공무원이 공직을 떠나는 건 도무지 미래를 그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청년 공무원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임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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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공무원 보수위원회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무원 단체교섭권 보장과 임금 대폭 인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준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점심 잘 챙겨 드시고 계신가요? 요즘 식당에서 밥 먹을 때마다 높아진 물가를 느낍니다. 김밥 한 줄이 4500원, 가성비 좋다던 국밥 한 그릇은 1만원을 넘은 지 오랩니다. 1만원으로 든든히 배 한 번 채우기 참 어려운 요즘입니다.

흔히들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부르시는데 그 철밥통도 깨지고 찌그러진 지 오래입니다. 공무원이 지급받는 정액급식비(밥값)는 월 14만원으로 22일 근무 기준 하루 6300원 정도입니다. 이 돈으로 먹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 라면 한 그릇 간신히 사 먹을 수 있는 금액이지요.

예전에는 공무원을 노후가 보장되는 신의 직장이라고 해서 경쟁률도 높고, 공직에 임용되면 주변의 부러움을 샀었죠.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지난 3월 치러진 2024년도 국가공무원 9급 시험 응시율이 지난 3년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2020년 37.2대1이었던 경쟁률이 21.8대 1까지 내려왔습니다. 1992년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라고 합니다. 공직을 떠나는 청년 공무원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입직한 지 1년도 안 된 청년 공무원 3100여명이 퇴사했습니다. 5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청년 공무원이 공직을 떠나는 건 도무지 미래를 그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청년 공무원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임금입니다. 당장 몇 달 앞을 내다보기 힘든 팍팍한 월급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겠다는 소박한 꿈마저 사그라뜨리기 일쑤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청년들이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급여와 부족한 처우 등으로 박탈감을 느끼며 좌절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청년 공무원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들이 먹고살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이 필요합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올해 임금 요구안은 기본급 31만3천원 정액 인상입니다. 정액 인상을 주장하는 건 고위직과 하위직의 임금 격차를 유발하는 정률제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함입니다. 대통령과 장관 등 고위직이 월 20만~30만원씩 오를 때 9급, 8급 하위직은 고작 월 2만~3만원 올랐습니다. 고위직과 하위직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하위직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액 인상이 필요합니다.

공무원도 퇴직금을 받고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지급받는다는 오해가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공무원은 월급과 연금뿐입니다. 하위직 공무원의 저임금 문제는 우리 사회 청년 세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공무원 임금은 공공 부문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기준이자 최저임금 보장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는 7월6일 서울 광화문 앞에 수만 명의 공무원 노동자가 모여 임금 인상을 요구합니다. 이날 서울 도심 교통이 불편하시겠지만 생존권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목소리에 잠시 귀 기울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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