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룟값 때문에 빚만 2억원…소가 사람 잡아먹게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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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룟값 때문에 빚만 2억원입니다. 사람이 소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소가 사람을 잡아먹게 생겼어요."
경영난에 시달리는 한우 농민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우 산업 정상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을 열어 정부와 국회에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한우법) 제정과 정부의 한우 2만 마리 수매, 사룟값 인하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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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룟값 올랐는데 한웃값은 오르지 않아 팔 때마다 적자"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사룟값 때문에 빚만 2억원입니다. 사람이 소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소가 사람을 잡아먹게 생겼어요."
경영난에 시달리는 한우 농민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우 산업 정상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을 열어 정부와 국회에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농민들의 한우 반납 집회는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 등 한우 농민 약 1만2천명은 '농협은 외면 정부는 방관 용산은 거부', '한우 반납 생존권 쟁취'라고 적힌 부채를 든 채 국회의사당역 인근 의사당대로를 점거했다.
농민들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곡물값이 오르면서 사룟값 등 한우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생산비는 늘었지만, 한우 도매가는 하락해 출하할수록 손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 강화군에서 한우를 키운다는 40대 이모씨는 "9천원 하던 25㎏ 사료 한 포대가 1만4천원까지 올랐다. 350만원에 송아지를 사 와서 30개월 동안 키워 출하하는 데 드는 사룟값만 450만원"이라며 "내 인건비를 계산하지 않아도 한 마리에 800만원이 들어가는데, 팔 때는 600만∼700만원, 잘 받아도 75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인세 전국한우협회 평택시 지부장은 최근 사룟값 부담에 키우던 소 200마리 중 100마리를 팔았다.
그는 "코로나 이후 사룟값이 40% 이상 오른 뒤 가격이 유지되면서 사룟값으로만 2억원을 빚진 상태"라며 "한웃값은 오르지 않아서 팔면 팔수록 적자다. 사람이 소를 잡아먹어야 하는데, 소가 사람을 잡아먹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한우협회는 한우를 출하하면 한 마리당 적자가 2022년 69만원, 지난해 142만원, 올해 200만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한우법) 제정과 정부의 한우 2만 마리 수매, 사룟값 인하 등을 요구했다.
민경천 회장과 시·도지회 지회장 등 한우협회 간부 12명은 '사료 가격 인하', '최저생산비 보장' 등이 적힌 천을 두른 채 두 눈을 감고 삭발에 나섰다.
민 회장은 삭발 이후 "농민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농업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농협이 각자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한우법을 제정하고 사룟값을 인하하라"고 강조했다.
한우협회는 이날 소를 끌고 와 국회에 반납하는 '한우 기증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전국 각지 농가에서 출발한 한우를 실은 트럭 15대 모두 경찰에 저지당해 집회 장소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에 한우협회는 트럭에 소 모형을 실어 국회로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 차벽에 막혀 10분 간 대치하다 철수했다.
한우 농가 지원을 위한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한우법)은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한우법의 국회 통과를 약속했다.
제22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에 선임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한우법을 농해수위 1호 법안으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농민들에게 큰절한 뒤 "한우법 통과 실패에 대한 미안함을 전한다"며 "국민의힘도 한우법을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양곡관리법과 함께 묶여있어서 그렇게 됐다"며 입법을 약속했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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