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손’부터 ‘메갈 손’까지…혐오 드러내는 심리는
“남혐·여혐 자신의 잘못 인정하지 않으려 해"
지난달 27일 르노코리아의 신차 발표 리뷰 영상에서 남성혐오를 상징한다고 지적된 손동작이 여러 차례 눈에 띈다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했다. 영상 제작 당사자는 사과 글을 르노코리아 유튜브 게시판에 올렸다.
당사자는 “영상 제작에 더 세심하고 주의 깊게 행동하지 못해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손 모양이 문제가 되는 혐오의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신차 리뷰 영상에 표현한 손 모양이 그런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건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판은 계속됐고 르노코리아 측은 지난 1일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 직원의 직무를 금지시키겠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는 “최근 발생한 당사의 사내 홍보용 콘텐츠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관련 논란에 깊은 우려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10년 여년 전에는 청와대 폭파 협박범 20대 강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나서면서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를 뜻하는 손동작과 비슷한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강씨는 수원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법원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일베를 뜻하는 손모양과 유사한 손동작을 했다.
강씨가 촬영된 사진을 보면 그는 왼손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든 상태에서 나머지 세 손가락을 펴고 있다. 이 손모양이 일베를 뜻하는 손모양과 비슷했다. ‘일베 인증’ 손 모양은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든 뒤 나머지 세 손가락은 편 상태에서 약지만 접어 일베의 자음인 ‘ㅇ’과 ‘ㅂ’을 만드는 손동작이다.
강씨는 2015년 1월 프랑스에서 일주일간 6차례에 걸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폭파하겠다는 등의 협박 글을 올렸다. 이후에도 청와대로 5차례 폭파 협박 전화를 건 혐의(협박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이 혐오 표현을 드러내는 이유로 ‘인정’과 ‘과시’ 욕구를 꼽았다. 임 교수는 “본인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관심과 인정으로 생각하는 심리가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혐오 등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을 드러내는 것이 과거에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여겨졌지만 (해당 집단에서) 인정받고 과시하려는 소영웅주의가 만연해진 탓”이라며 “SNS 등이 발달하면서 서로 소통이 편해지고 과시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곽 교수는 “본인의 의견과 사상이 옳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이런 행동이 (집단에서) 인정받게 됨으로써 자신의 의견이 우위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백파이어 효과’(Backfire effect)라고 부연했다. 백파이어 효과는 자신의 주장이 모순되거나 틀렸다는 증거가 나타나도 인정하지 않고 더 세게 우기는 행태다.
곽 교수는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지적받았을 때 ‘고쳐야겠다’가 아닌 상대방의 말에서 오류를 찾아내려 하고 그 과정에서 만족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서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면 인간은 그때 고통을 받기 때문에 상대의 오류를 찾아서 기쁨이나 만족감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논쟁이 이어지고 혐오 표현일지라도 계속 대중에게 드러내는 행위가 지속된다”며 “혐오의 감정은 상대방이 파멸에 이를 때까지 계속되는 감정이므로 앞으로도 이런 논란이 또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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