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주행 운전자 "급발진, 아유 죽겠다"…회사 동료에 밝혀

▲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교차로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현장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를 낸 운전자 A(68) 씨가 사고 직후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급발진이다. 아유 죽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가 다니는 경기 안산시의 모 버스회사 동료인 B 씨는 오늘(3일) 언론 전화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 A 씨와 두 차례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사고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전화는 사고 직후인 지난 1일 오후 9시 45분쯤 A 씨가 B 씨에게 걸어 짧게 통화했고, 곧이어 B 씨가 A 씨에게 걸어 사고 상황을 다시 물었다고 했습니다.

B 씨는 "A 씨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데 갑자기 차가 '우두둑우두둑' 소리를 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후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한 뒤 점점 빨라졌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A 씨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브레이크가 딱딱해진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가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 씨는 "사고가 나고 조금 있다가 A 씨가 전화해서 '급발진, 급발진, 아유 죽겠다'라고 말했다"면서 "사고 자체가 크니까 그의 정신이 나갔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A 씨는 급발진이라고 느낀 거다. 그는 차량 정비기술자인데 그걸 모르겠느냐"면서 "차량 블랙박스도 작동이 되고 음성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일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 놓여져 있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와 추모글

40년 경력의 베테랑 기사이면 사람들에게 차를 돌진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것도 내가 물어봤는데 자기도 그러고 싶었지만 차가 워낙 빠르게 질주했고, 제멋대로 갔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B 씨는 "A 씨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고 한번 없었고 운전도 잘하는 편이었다"면서 "저도 30년 기사 일 하고 있는데 이번 사고를 급발진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A 씨에게 들은 내용하고 뉴스와 유튜브 내용하고 너무 다르다"면서 "그가 사고를 내고 싶어 낸 것이 아니라 차가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차량 결함 가능성을 주장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아내와 함께 제네시스 G80을 타고 서울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화빌딩 뒤편의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200여 ｍ 역주행하다가 가드레일과 행인을 들이받은 뒤 차량 2대를 추돌했습니다.

이후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의 교통섬에서 멈춰 섰습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습니다.

A 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서도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사고 운전자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운전자 과실, 급발진 여부 등 여러 가지 사고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한 A 씨는 지난해 2월 3일 안산의 버스회사에 촉탁직으로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행해 왔습니다.

이 전에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 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